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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분 읽기

AI 에이전트가 "안 된다"고 할 때, 손에 쥔 도구를 엮어 해결하는 법 (birds in hand)

AI 에이전트가 '안 된다'고 할 때, 새 도구를 찾기 전에 이미 손에 쥔 도구를 다시 세어 보세요. 《야생 학습》의 수중의 새 원칙으로 본 투자 봇·KRX OPEN API 키·브라우저 에이전트 위임 사례.

심규섭

두 손에 참새, 되새, 파란 새, 울새 네 마리가 나란히 앉아 가는 선으로 서로 이어진 일러스트
목차
  1. TLDR
  2. 손에 쥔 새부터 세면 에이전트에게 맡길 일이 보입니다
  3. 사례 1. 직접 고른 팁을 투자 봇에게 검토시키며 "도구는 뭐가 필요해?"라고 물었습니다
  4. 사례 2. 새로 발급한 API 키, "안 된다"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5. 사례 3. 반복 수작업은 그 일에 맞는 에이전트에게 넘겼습니다
  6. 이 글도 birds in hand로 만들었습니다
  7. 바로 써볼 수 있는 질문 세 가지
  8. 주의할 점
  9. 우리 업무에도 적용해보고 싶다면
  10. 📚 더 읽어보기

AI 에이전트가 "그건 안 됩니다"라고 답할 때, 새 도구를 찾기 전에 이미 손에 쥔 도구들을 다시 세어 보면 막힌 일을 다른 길로 풀 수 있습니다. 저는 최근 그렇게 막힌 일을 다시 굴렸습니다. 새로 발급한 API 키 하나, 투자 봇에게 던진 질문 하나, 다른 회사의 브라우저 에이전트 하나를 엮었더니 같은 일을 다른 길로 다시 굴릴 수 있었어요.

이번 글은 그 과정을 김창준 님의 책 《야생 학습》에 나오는 '수중의 새 원칙'으로 풀어 봅니다. 손에 쥔 새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를 같이 쓴 이야기라서 제목에 birds in hand라고 붙였습니다.

TLDR

  • 야생 학습은 지금 풀고 싶은 문제에서 출발해 필요한 만큼 배우고, 작게 시도하고, 결과에서 다시 배우는 방식입니다.
  • 수중의 새 원칙: 없는 자원을 가정하지 말고, 이미 가진 것(나·내가 아는 것·내가 아는 사람)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습니다.
  • 에이전트가 "안 된다"고 하면 결론으로 받지 말고 "왜 안 되는지"를 물으세요. 저는 그 질문으로 막힌 이유가 '하나씩 손으로 해야 하는 반복 작업'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 그 반복 작업은 일에 맞는 에이전트에게 넘겼습니다. 사용량이 아까운 에이전트 대신 브라우저 작업에 맞는 도구를 골랐어요.
  • 이 글 자체도 책, 영상, 에이전트 운영 경험을 섞어 만든 결과물입니다. 새 한 마리보다 여러 마리를 같이 쓸 때 더 많이 됩니다.
책, 영상, 쌓인 에이전트 경험, 새로 발급한 API 키와 브라우저 확장. 손에 쥔 네 가지를 같이 엮어 막힌 일 해결과 이 글 한 편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이 글의 birds in hand. 이미 손에 쥔 네 가지를 같이 엮어 막힌 일을 풀었고, 이 글도 그렇게 썼습니다.

손에 쥔 새부터 세면 에이전트에게 맡길 일이 보입니다

영어 속담에 a bird in the hand is worth two in the bush라는 말이 있습니다. 손안의 새 한 마리가 풀숲의 새 두 마리보다 낫다는 뜻이에요.

김창준 님의 《야생 학습》(인사이트, 2026)은 이 속담을 '수중의 새 원칙'으로 가져옵니다. 원래는 사라스 사라스바티(Saras Sarasvathy) 교수의 창업가 연구에서 나온 원칙인데, 책은 이렇게 요약합니다.

"연쇄 창업가는 이미 자신이 갖고 있는 것 중심으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누구이고, 내가 누구를 알고 있고, 내가 뭘 이미 알고 있는지." (《야생 학습》 115쪽)

책에서 말하는 핵심은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일수록 없는 자원을 가정한 계획보다, 가진 자원으로 해볼 수 있는 시도를 여러 개 떠올리는 쪽이 유리하다는 겁니다. 책 1장에서는 학교식 학습과 야생 학습을 비교하면서 '제한 자원 / 무제한 자원'이라는 축도 다룹니다. 야생 학습에 익숙한 사람은 여러 자원을 동시에 끌어다 쓴다고 해요.

AI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일이 딱 이런 영역입니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도구는 매주 바뀌고, 어떤 조합이 통할지 해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새 도구를 사야 하지?"보다 "지금 내 손에 뭐가 있지?"를 먼저 묻기로 했습니다.

사례 1. 직접 고른 팁을 투자 봇에게 검토시키며 "도구는 뭐가 필요해?"라고 물었습니다

에이전트에게 결과물 검토만 맡기지 말고 "이 일을 더 잘하려면 어떤 도구가 필요해?"까지 같이 물으면, 다음에 무엇을 쥐여 줘야 할지가 보입니다. 제 경우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x.com에서 주식 관리 팁을 직접 둘러보다가 괜찮아 보이는 것들을 골라 두었어요. 어떤 팁이 쓸 만한지는 제가 먼저 손으로 걸렀습니다.

x.com 게시물 화면. 종목 반응 읽기, 섹터 흐름 이해, 포트폴리오 집중도 찾기, 리스크 규칙 점검을 AI에게 묻는 프롬프트 팁 네 개
x.com에서 둘러본 주식 관리 프롬프트 팁 게시물입니다. 이런 팁을 골라 투자 봇에게 검토를 맡기면서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다음 제가 쓰는 투자 봇을 불렀습니다. 이 봇에는 찰리 멍거라는 이름을 붙여 두었어요. 봇을 호출해서 골라 둔 팁을 검토해 달라고 하면서 한 가지를 같이 물었습니다.

"이 일을 더 잘하려면 내가 너에게 어떤 도구를 줘야 하는지 리서치해 줘."

이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건, 에이전트는 맞는 도구를 쥐여 줄 때 비로소 일을 잘한다는 걸 이미 겪어 봤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코덱스에게 도구를 연결해 디버깅을 풀었던 사례도 같은 이야기였어요. 이번에는 그 경험 자체가 제 손에 든 새 한 마리였습니다.

사례 2. 새로 발급한 API 키, "안 된다"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에이전트의 "안 된다"를 결론이 아니라 단서로 읽으면, 막힌 이유와 다음 행동이 같이 보입니다. 도구 이야기를 하다 보니 떠오른 게 있었습니다. 새로 발급받은 KRX(한국거래소) OPEN API 키였어요. 이미 가진 자원이니 써 보자고 했습니다.

멍거 봇의 첫 답은 "안 된다"가 아니라, 키는 있지만 API마다 승인이 따로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호출해 보니 401(권한 없음) 오류가 났어요. 이 401이 제가 받은 '안 된다'였습니다.

저는 왜 안 되는지를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필요할 수 있다'던 추측이 확인으로 바뀌었어요. 키 자체가 막힌 게 아니라, API마다 하나씩 손으로 이용신청해야 하는 반복 작업이 남아 있었던 겁니다.

투자 봇 대화 화면. 키는 유효하지만 API마다 따로 승인받아야 해서 401 Unauthorized API Call 오류가 난다는 설명과, 서비스 목록에서 API를 하나씩 눌러 이용신청하라는 안내
멍거 봇이 찾은 '안 되는 이유'입니다. 키 문제가 아니라 API마다 이용신청을 따로 승인받아야 했습니다.

참고로 KRX 공식 서비스 이용방법을 보면, 인증키 신청과 별개로 쓰려는 API 서비스마다 활용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공공 API는 이런 절차가 흔해서, 예전에 공공 API 승인은 기다리지 말고 전화하라는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책 2장은 야생 학습의 네 가지 방식을 지도, 옵션, 가설, 액관해(액션·관찰·해석)로 설명합니다. 돌아보면 이 장면이 액관해였어요. 봇에게 시켜 보고(액션), 401 오류가 났다는 답을 보고(관찰), 그 답을 결론이 아니라 단서로 읽었습니다(해석). 해석이 바뀌니 다음 행동도 바뀌었습니다.

액관해 흐름도. 액션은 KRX 키로 호출, 관찰은 401 오류, 해석은 왜 안 되는지 묻기. 이어서 단서는 API마다 손으로 신청, 위임은 브라우저 에이전트로
위 세 칸이 액관해(액션·관찰·해석)입니다. 해석을 바꾸자 아래 두 칸처럼 다음 행동이 달라졌습니다.

사례 3. 반복 수작업은 그 일에 맞는 에이전트에게 넘겼습니다

판단이 필요한 일과 손이 많이 가는 반복 작업을 서로 다른 에이전트에게 나누면, 사용량을 아껴야 하는 에이전트를 중요한 판단에 남겨 둘 수 있습니다. 제게 남은 건 하나씩 손으로 해야 하는 반복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Grok Bot을 월 30달러 Premium 플랜으로 쓰고 있어요. 이 플랜은 주간 사용량을 여러 제품이 같이 나눠 씁니다.

마침 그 무렵 Alex Finn의 영상 Grok Bot usage just got nuked...을 봤습니다. Grok Bot 사용량을 아끼는 방법을 다룬 영상인데, 설명란 챕터 기준으로 8분 18초부터 'Use the right agents' 구간이 이어집니다. 제가 이 구간에서 가져온 교훈은 모든 일을 한 에이전트에게 몰지 말고, 일마다 맞는 에이전트를 고르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이 반복 작업은 Grok Bot에게 맡기지 않았습니다. 대신 브라우저에서 사람처럼 클릭하고 입력하는 일에 맞춘 ChatGPT 크롬 확장 프로그램에 넘겼어요. 비싼 판단은 판단을 잘하는 에이전트에게, 손이 많이 가는 브라우저 작업은 브라우저 작업용 에이전트에게 나눈 셈입니다.

크롬 화면. 왼쪽은 KRX OPEN API 서비스 페이지의 API 이용신청 창, 오른쪽은 지수, 주식, 증권상품 API를 하나씩 신청하고 있다고 알리는 ChatGPT 사이드 패널
ChatGPT 크롬 확장이 KRX의 API를 서비스마다 하나씩 이용신청하는 장면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반복 작업은 브라우저 작업용 에이전트에게 맡겼습니다.

이 판단이 시간을 얼마나 아꼈는지는 따로 재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에이전트에게 다 시키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니, 쓸 수 있는 선택지가 바로 늘었습니다. AI에게 일을 위임할 때의 원칙을 정리하면서 배운 것도 결국 '누구에게 무엇을 맡기느냐'였어요.

이 글도 birds in hand로 만들었습니다

하나씩은 작은 자원이라도 여러 개를 같이 쥐면, 하나만으로는 안 풀리던 일이 풀릴 수 있습니다. 이 실험적인 글은 여러 곳에서 배운 것들을 섞어서 만든 결과물입니다. 제 손에 든 새를 세어 보면 이렇습니다.

  1. 책 한 권: 《야생 학습》의 수중의 새 원칙과 액관해
  2. 영상 한 편: 일마다 맞는 에이전트를 고르라는 교훈
  3. 이미 쌓인 경험: 에이전트는 맞는 도구를 줄 때 잘한다는 감각
  4. 이미 가진 자원: 새로 발급한 API 키, 이미 깔려 있던 브라우저 확장

하나씩 놓고 보면 별것 아닙니다. 그런데 같이 쥐니까 막혀 있던 일이 다시 움직였어요. 책이 말하는 '무제한 자원' 쪽 학습이 이런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a bird in hand가 아니라 birds in hand라고 불러 봤습니다.

바로 써볼 수 있는 질문 세 가지

다음에 에이전트 일이 막히면 이 순서로 물어보세요.

  1. "지금 내 손에 뭐가 있지?" 이미 발급받은 키, 이미 깔린 도구, 이미 써 본 에이전트를 먼저 적어 봅니다. 새로 살 것을 찾는 건 그다음입니다.
  2. "왜 안 되는데?" 에이전트가 "안 된다"고 하면 이유를 한 번 더 묻습니다. 막힌 지점이 권한인지, 절차인지, 반복 작업인지 구분됩니다.
  3. "이 일에 맞는 에이전트는 누구지?" 판단이 필요한 일과 손이 많이 가는 일을 나누고, 각각에 맞는 도구를 고릅니다.

에이전트에게 도구를 물어볼 때는 이렇게 시작해 보셔도 좋습니다.

아래 작업을 검토해 줘: [작업 내용]
그리고 이 일을 더 잘하려면 내가 너에게 어떤 도구(API, 데이터, 확장 프로그램 등)를
줘야 하는지 리서치해 줘. 지금 내가 가진 것은 [가진 도구 목록]이야.
안 되는 게 있으면 "안 된다"로 끝내지 말고 왜 안 되는지, 무엇을 하면 되는지 같이 알려 줘.

주의할 점

  • 이 글은 에이전트 운영 방법에 관한 기록입니다. 특정 투자 방법이나 수익을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 API 키나 비밀번호 같은 값은 채팅창에 붙여 넣지 말고 비밀번호 관리자에 보관하세요. 브라우저 에이전트에게 로그인된 사이트를 맡길 때도 어떤 사이트에 접근하는지 직접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 어떤 에이전트가 어떤 일에 맞는지는 쓰는 플랜과 도구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 선택은 하나의 사례로 봐 주세요.

우리 업무에도 적용해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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