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피드백을 받으면 내가 왜 그렇게 했는지 설명하고 싶어진다. 상대의 말이 부당하다는 것을 증명할 문장도 금방 떠오른다. 그때 쓰는 답장은 빠르다. 생각이 막히지 않는다. 이미 결론이 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맞다.
문제는 전송 버튼이다.
화가 난 상태에서 쓴 문장을 보내면 상대에게 도착한다. 내가 나중에 다르게 생각하더라도 그 문장을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내가 잠깐 후련해지는 대가를 다음 대화에서 치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지키려는 규칙이 있다. 감정적인 답장은 바로 보내지 않고 다음 날 다시 읽는다. 써야겠다면 쓰되 임시보관함에 둔다. 내가 부르는 ‘24시간 룰’이다.
빠르게 할 일과 늦춰야 할 말
일을 할 때 나는 속도를 좋아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해보고, 반응을 보고, 다음 것을 바꾼다. 완벽한 계획을 기다리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깝다.
그런데 빠르게 배우는 것과 빠르게 반박하는 것은 결과가 다르다. 초안을 만들어보면 내 생각을 고칠 재료가 생긴다. 화가 난 답장을 보내면 내가 옳다는 결론을 상대에게 먼저 전달한다. 대화를 통해 새로 알 기회를 스스로 줄일 수 있다.
일을 느리게 하자는 뜻으로 24시간 룰을 쓰지는 않는다. 고객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조치해야 한다. 사실을 잘못 전달했다면 바로 고쳐야 한다. 필요한 대응을 하면서도, 상대의 태도를 평가하거나 내 억울함을 설명하는 말은 잠시 남겨둘 수 있다.
같은 메시지 안에서도 나눌 수 있다. 확인한 사실과 지금 할 조치는 전달한다. 감정이 섞인 판단은 다시 읽는다. 빨리 해야 할 일까지 내 기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차분할 때 미래의 나를 묶는다
울리시스 계약이라는 생각이 있다. 울리시스는 그리스 신화 속 오디세우스의 다른 이름이다. 그는 사이렌의 노래에 이끌려 위험에 빠질 것을 알고, 노래가 들리기 전에 자신을 배의 돛대에 묶게 한다. 나중에 풀어달라고 해도 풀어주지 말라고 한다.[1]
노래를 듣고 있는 자신이 어떤 부탁을 할지, 아직 차분한 자신이 미리 안 것이다.
이 이야기가 내게 와닿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내가 반응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압박을 받으면 날카로워지고, 확신이 강하면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기 어렵다. 그런데 그 순간에는 내가 충분히 생각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때마다 의지로 잘 버티겠다는 다짐에만 기대기는 어렵다. 그래서 차분할 때 조건을 정해둔다. 감정적인 답장을 썼다면 바로 보내지 않는다. 중요한 대화에서는 내 결론을 설명하기 전에 상대에게 물을 것을 먼저 생각한다. 그 순간의 나에게 모든 결정을 맡기지 않는 것이다.
셰인 패리시의 《클리어 씽킹》에서도 이런 자동적인 반응과 판단 환경을 생각하게 됐다.[2] 성격을 한 번에 고치려 하기보다, 내가 자주 실수하는 순간에 어떤 장치를 둘지 보는 편이 구체적이다.
임시보관함에서 다시 읽을 것
하루 동안 답장을 보관해두는 것만으로 일이 끝나지는 않는다. 다음 날에도 같은 분노를 반복해서 설명하면 전송 시각만 달라진다.
다시 읽을 때는 무엇에 반응했는지 본다. 잘못된 정보가 있어서 고쳐야 했는가. 내 노력이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꼈는가. 상대의 의도를 묻지 않고 이미 나를 무시한다고 판단했는가.
그리고 답장에 무엇을 남길지 고른다. 사실을 바로잡는 데 필요한 문장, 상대가 알아야 할 사정, 다음 행동을 정하는 질문은 남길 수 있다. 상대가 틀렸다는 것을 오래 설명하는 문장은 없어도 일이 진행될 수 있다.
답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시간을 알릴 수 있다. 내용을 확인했고 생각을 정리해 내일 오전에 이야기하겠다고 전하면 된다. 연락을 끊어 상대를 기다리게 하는 것과, 답할 시간을 약속하는 것은 관계에 다른 영향을 준다.
내가 얻으려는 것은 결국 선택할 여유다. 처음에는 반박만 보였던 상황에서 사실을 물을 수도 있고, 내가 놓친 부분을 인정할 수도 있고, 대화할 시간을 잡을 수도 있다. 해야 할 반대 의견이 남아 있다면, 왜 중요한지 설명할 수 있다.
이 글도 하나의 약속이다
내 반응을 안다고 해서 반복하지 않게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글로 남긴다. 미래의 내가 또 누군가에게 긴 반박을 보내려 할 때,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고 싶다.
내가 맞았다는 기록만 남기고 싶은가. 아니면 이 사람과 문제를 더 잘 풀고 싶은가.
답을 바로 보내지 않고 남겨두는 일은 작아 보인다. 하지만 감정이 올라온 순간에는 꽤 어렵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내가 진 것 같고, 설명하지 않으면 상대의 말이 사실이 될 것 같다. 그 급한 마음까지 규칙을 정할 때 생각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도 화가 날 것이다. 반박하고 싶은 말도 떠오를 것이다. 그때 말할 기회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말할지 다시 고를 시간을 확보하고 싶다.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의 노래를 들었다. 유혹이 없어진 뒤에 안전해진 것이 아니었다. 흔들릴 자신을 알고, 그 전에 돛대에 묶었다.
내게는 보내지 않은 답장 한 통이 그런 돛대가 될 수 있다.
주석과 더 읽기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12권. 사이렌과 돛대의 장면.
- 셰인 패리시, 《클리어 씽킹》. 자동적인 반응과 판단의 환경을 다룬 저자 공식 도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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