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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11. 허락이 필요 없는 레버리지

52기 교육을 멈추고 다음 일을 시험한다. 남은 관계와 경험, 워크숍과 컨설팅의 시행착오.

· By Simpson Gyusup Sim · 10 min read

Part 4: 돈과 인생의 안전마진

시간과 돈을 어디에 쓸지는 어떤 삶을 원하는지와 연결된다. 해온 일을 멈추고 다음 실험을 시작할 때에도 이미 쌓인 경험과 관계는 남는다.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을 생각하고, 계속 선택할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한다. 편리한 물건과 불편하지만 즐거운 경험이 함께 좋을 수도 있다. 내게 중요한 것을 다른 사람의 기준 없이 고르는 연습이다.

핵심 질문: 이번 선택에 자원을 쓰면서도 다음 선택의 여유를 남길 수 있는가?


회사를 나온 뒤, 회사 이름이 빠진 나를 설명해야 했다.

회사에 다닐 때는 명함에 적힌 이름이 먼저 나를 소개해줬다. 동료와 시스템이 있었고, 일을 가져오는 경로가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그동안 내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섞여 있었는지 보였다. 내 이름으로 일할 자유가 생겼지만, 그 자유는 처음에 공포에 가까웠다.

내가 직접 만들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값을 매겨야 했다.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였다. 어떤 일을 할지 정할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정한 일을 모두 내 손으로 해야 한다면, 회사 밖에서도 내 시간은 금방 꽉 찬다는 것이었다.

혼자 시작할 수 있는 일의 크기

AI의 답변 사이를 내 손으로 이어주던 일을 에이전트에게 맡길 수 있게 됐다. 그러자 내가 더 빨리 움직이는 것과 별개로, 혼자 시작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달라졌다.

나발 라비칸트는 코드와 미디어를 ‘허락이 필요 없는 레버리지’라고 설명한다. 레버리지는 지렛대라는 뜻이다. 한 번 만든 글이나 프로그램을 여러 사람이 쓰게 하면 내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아도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 《나발 라비칸트의 부와 행복의 원칙》에서 얻은 이 관점을, 나는 에이전트와 일하는 방식에도 가져왔다.[1]

큰 조직을 먼저 만들지 않아도 해볼 수 있는 일이 늘었다. 그만큼 무엇을 맡길지, 무엇을 직접 판단할지가 중요해졌다.

팀 과제에서 고객의 일로

다오랩은 AI 시대의 일하는 방식을 함께 연구하고 실험하는 모임이다. 7기에서 팀장을 맡았을 때, 내 에이전트에는 모든 팀 미팅의 기록과 팀원 소개가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다시 배경부터 설명할 필요가 적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후속 조사와 정리를 맡길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이거 팔로업 누가 할래?”가 사라진 경험이었다. 회의 뒤에 누군가 남아서 해야 했던 일이 에이전트의 과업이 됐다. 사람들은 무엇을 조사하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 이야기했다.[2]

그 경험을 한샘의 컨설팅 과업으로 가져갔다. 한샘은 가구와 인테리어를 다루는 기업이다. 상품 데이터를 정리하고 갱신하며, 추천 상품을 카카오 메시지로 연결하는 마케팅 자동화 업무였다. 1,000만 원이 넘는 과업의 상당 부분을 에이전트에게 맡겼고, 내가 들인 시간은 10시간 미만이었다.

그 시간을 줄이려면 에이전트가 판단할 재료를 줘야 했다. 어떤 자료를 쓰는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결과를 어떻게 살필지 정하는 일이 남았다. 내가 직접 손을 움직이는 시간과 내가 책임질 일이 같은 것은 아니었다.

다오랩의 팀 과제를 해보지 않았다면 이런 방식으로 고객의 일을 맡겨보는 데까지 바로 가지 못했을 것이다. 한 번 해본 일이 다음 일의 크기를 바꿨다. 처음부터 두 프로젝트를 차례로 설계해놓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52기에서 멈추기로 했다

2026년 9월, 리텐션 주식회사와 원디그리랩스가 함께 운영하던 공개 AI 부트캠프를 52기에서 멈췄다. 짧은 기간에 AI를 업무에 써보는 실습 교육이었다. 그동안 약 1,000명이 참여했다.

쌓아온 것이 있으니 계속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과정을 시작했을 때와 환경이 달라졌다. 입문 교육을 하는 곳은 이미 많아졌고, AI에게 일을 맡기는 데 필요한 조작은 쉬워지고 있었다.

GPT-6 Astra와 코덱스앱을 쓰면서 그 변화를 체감했다. AI의 능력을 담당하는 모델이 좋아지고, 일을 맡기는 앱도 쓰기 쉬워졌다. 컴퓨터에 명령을 입력하는 낯선 화면을 먼저 익히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 굳이 내가 같은 입문 시장에 계속 머물러야 할까.

나는 입문 단계를 ‘101’, 실제 업무를 가져와 더 깊게 다루는 단계를 ‘201’이라고 부르곤 했다. 대학 강의 번호에서 빌린 표현이다. 내가 더 하고 싶었던 것은 이미 자기 일을 아는 사람들이 문제를 가져와 함께 풀어보는 쪽이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자기 업무에는 깊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 경험과 AI를 연결하는 일에 관심이 갔다.

과정을 멈추고도 약 330명이 있는 단체 대화방과 약 1,000명 규모의 이메일·전화 연락처가 남았다. 아직 이것으로 무엇을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 사람들을 만나며 어떤 일이 반복해서 막히는지 보았고, 내가 돕고 싶은 문제가 조금씩 구체화됐다.

교육에서 얻은 것을 다음 교육과정으로만 이어갈 필요는 없었다.

매출은 나는데, 사람이 지쳐가는 곳

내가 지금 돕고 싶은 곳은 연매출 100억 원 미만의 기업 중에서도 매출은 잘 나지만 수작업이 너무 많아 직원들이 지쳐가는 곳이다. 일이 없어서 어려운 곳도 있지만, 일이 생길 때마다 사람이 똑같은 자료를 옮기고 정리해야 해서 버거운 곳도 있다. 그런 부담을 줄이고 싶다.

그 방향으로 기업 구성원들이 실제 과제를 함께 해보는 워크숍과 링크앤코퍼레이션의 컨설팅을 실험하고 있다. 링크앤코퍼레이션은 나와 함께 업무에 AI를 적용해보고 있는 기업이다.

그곳에서 고객 문의 데이터를 분류하는 실습을 할 때였다. 앞서 사용한 지역과 문의 유형의 기준을 다음 요청에도 이어서 쓰려고 했는데, 결과에서는 그 기준이 빠졌다. 기준을 다시 알려주고 결과를 비교해야 했다.

이런 곳에 할 일이 있었다. 도구를 열고 한 번 결과를 내는 데서 더 나아가, 같은 기준으로 다음 일도 처리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담당자가 그 과정을 이해하고 다시 쓸 수 있어야 손으로 처리하던 업무가 줄어든다.

지금은 어디까지 맡길 수 있고 어디에서 다시 사람이 필요한지를 실제 업무 속에서 배우고 있다. 부트캠프에서 만난 문제, 다오랩에서 맡겨본 과제, 한샘에서 넓혀본 범위가 이 일로 이어졌다.

회사를 나온 처음에는 내 이름만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이제 혼자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많아졌다. 그런데도 내게 필요한 것은 계속 사람이었다. 일을 맡기는 고객, 문제를 가져오는 참여자, 결과를 함께 판단하는 동료가 있어야 내가 만든 것이 쓸모를 얻었다.

시작하는 데 허락이 덜 필요해진 만큼, 그 자유로 누구의 어떤 일을 덜어줄지 스스로 정해야 했다.


주석과 더 읽기

  1. 에릭 조겐슨 엮음, 《나발 라비칸트의 부와 행복의 원칙》. 공식 공개 본문: Find a Position of Leverage.
  2. 다오랩 7기 공동 결과물, 《AI가 팀원이 될 때》. 팀과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방식을 더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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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son Gyusup Sim
Updated on 2026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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