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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10. 선생님이라는 강박을 버려라

하고 싶은 일이 배울 내용과 순서를 정한다. 취업을 준비한 경험과 실제 강의에서 배운 주체적 학습의 방법.

· By Simpson Gyusup Sim · 12 min read

어릴 때 공부를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가 시키는 공부를 싫어했다. 게임, 스포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다. 성적은 그저 그랬다.

대학은 호텔관광경영학과에 갔다. 솔직히 말하면 ‘호텔’이라는 단어가 멋있어 보여서 간 것도 있다. 대만의 명전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1년을 다녀왔고, 호텔에서 매니저 아르바이트를 했다. 칵테일을 만드는 조주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그 전공으로 시작한 사람이 나중에는 그루폰, 익스피디아, 스카이스캐너에서 마케팅과 사업의 성장을 담당했다. 이 경력을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무엇을 배워야 할지가 달라졌다.

돌아보면 내 배움의 방향을 바꾼 질문은 ‘누가 나를 가르쳐줄까’보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였다.


취업하고 싶은 회사가 공부할 것을 정해줬다

2010년에는 소셜미디어와 소셜커머스에 빠졌다. 사람들끼리 온라인으로 소식을 나누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공동구매와 할인 상품을 판매하는 그루폰 같은 서비스들이 관심사였다. 이런 회사가 한국에 들어오면 지원하고 싶었다.

블로그를 읽고 해외 글을 번역했다.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토론했고, 서비스를 직접 써봤다. 새로운 서비스가 어떻게 사람을 모으는지, 사람들이 왜 쓰는지 궁금했다. 배운 것을 써보고 나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생겼고, 그것을 다시 찾아봤다.

당시 나는 마케팅 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무엇을 공부할지 정하는 기준이 있었다. 그 회사들이 하는 일을 이해하고, 내가 그 일에 기여할 수 있어야 했다. 관심 가는 자료를 모으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배우는 것은 여기서 달라진다. 어떤 자료가 지금 필요한지 고를 수 있게 된다.

그루폰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소셜미디어 매니저로 합류했다. 회사의 온라인 계정을 운영하며 고객과 소통하는 일이었다. 이후 익스피디아와 스카이스캐너 같은 여행 서비스 회사에서 일하면서 배워야 할 범위도 넓어졌다. 소식을 잘 알리는 것에서, 고객이 서비스를 쓰고 사업이 성장하게 만드는 것으로 질문이 커졌다.

전공을 다시 고르고 누군가가 새 진로의 교육과정을 완성해줄 때까지 기다렸다면 시작은 훨씬 늦었을 것이다. 나는 관심 있는 일을 먼저 정하고, 글과 사람과 실제 서비스를 그 주위에 모으며 배웠다.


좋은 선생님에게 가져갈 것은 질문이다

선생님을 기다리지 않았다고 선생님이 필요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만 교환학생 시절의 퍼블릭 스피킹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 여러 사람 앞에서 영어로 자기 생각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방문 교수는 다른 관점을 환영했다. 나는 궁금한 것을 묻고 내 의견을 말했다. 나중에는 내가 수업에 활기를 더했다는 취지로 추천 영상도 촬영해주셨다.

그 수업에서 배운 것은 혼자서는 얻기 어려웠다. 내 생각을 꺼내야 교수와 다른 학생들의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가만히 듣는 것으로 끝냈다면 같은 수업을 들어도 얻는 것이 달랐을 것이다.

이후 AC2에서도 일하고 배우는 방식을 익혔다. 김창준님이 직접 진행한 마지막 기수에서 레벨 2까지 수강했다. 《함께 자라기》를 읽으며 남긴 메모에도 새로 접한 것을 기존 경험과 연결하고, 실제로 해보며 짧은 간격으로 피드백을 받자는 생각이 남아 있다.[1]

피드백은 내가 해본 일에서 돌아오는 정보다. 예상대로 되지 않는 결과도, 다른 사람의 질문도 피드백이 된다. 그 정보를 다음 행동에 반영하고 다시 결과를 보는 과정을 피드백 루프라고 한다.

아직 해보지 않은 일을 멀리까지 계획하면, 실제로 부딪혀야 생기는 질문을 미리 상상해서 답하게 된다. 나는 하나를 해보고 다음 실마리를 찾는 방식이 더 잘 맞는다. 선생님에게도 막연히 전부 가르쳐달라고 하기보다, 내가 해본 것과 막힌 부분을 가져갈 수 있다. 그래야 그 사람의 경험이 내 상황과 연결된다.


왜 수업 끝에 가르치는가

나중에 AI 활용을 가르치는 부트캠프를 운영하면서 배움의 순서를 다른 쪽에서 보게 됐다. 부트캠프는 짧은 기간에 직접 실습하며 익히는 집중 교육이다.

당시 수업에서 사용한 도구는 클로드 코드였다. 문자로 지시하면 컴퓨터의 파일과 프로그램을 다루며 일을 수행하는 AI 도구다. 참가자들은 자기 자료로 작업을 해본 뒤 공통적인 질문을 했다. 오늘 하던 작업을 끝내고 나면, 다음에 어떻게 다시 이어서 할 수 있는가.

이전에 하던 작업을 다시 여는 기능이 있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알려주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그 설명을 일부러 맨 마지막에 남겨두었다. 참가자들이 자기 작업을 해보고, 그것을 다시 열어야 할 이유가 생긴 뒤에 가르쳤다.

같은 기능이라도 처음에는 외워야 할 설명이고, 나중에는 내 작업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방법이 된다. 배울 내용만큼이나 배우는 순서가 중요했다.

첫 실습도 AI의 모든 기능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평소 쓰는 엑셀 파일로 어떤 반복 작업을 줄일 수 있을지 해봤다. 엑셀은 표와 계산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익숙한 자료가 있어야 결과가 쓸모 있는지 참가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다.

자기 자료를 다루면 질문도 구체적이 된다. 이 항목을 왜 이렇게 나눴는지, 필요한 내용이 빠지지는 않았는지, 다음에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묻게 된다. 설명을 충분히 들어서 질문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해결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설명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배운다는 말의 책임

부트캠프에서 받은 피드백 중에는 충분히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손을 들면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손을 들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용히 앉아 있다고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손을 들어도 좋고 메신저로 따로 연락해도 좋으니, 막힌 것을 알려달라고 설명했다. 내가 먼저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말했다. 참가자에게 적극적으로 배우라고 말하는 나도, 질문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개 열어두어야 했다.

스스로 배운다는 말에 모든 어려움을 혼자 해결하라는 뜻을 담고 싶지는 않다. 내가 배우고 싶은 일을 정하고, 필요한 도움을 찾아 쓰는 것도 주체적인 선택이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까지 혼자 해결하려고 하면 배움이 멈춘다.

동시에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채 선생님이 나를 바꿔주기를 기다릴 수도 없다. 설명을 듣는 일, 직접 해보는 일, 막힌 것을 알리는 일에는 내가 참여해야 한다. 좋은 교육을 고르는 것만으로 그 과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


AI가 일을 해줄 때 무엇을 배울 것인가

에이전트가 실행을 맡으면 학습의 대상도 달라진다. 내가 코드를 한 줄씩 작성하지 않고도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만들어진 것이 실제로 쓸모 있는지를 알아야 다음 일을 맡길 수 있다.

나는 개발자로 일한 적이 없었다.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사업의 결과를 판단해온 경험은 있었다. 코딩을 처음 한다는 사실이 업무에 필요한 지식까지 하나도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내가 AI와 일할 때에도 그 경험을 사용했다.

그래서 새로운 도구를 배울 때 모든 기능을 익히는 것을 출발 조건으로 삼고 싶지 않다. 내가 해내고 싶은 일부터 가져간다. 실행 중 막힌 부분은 AI에게 설명을 요청할 수도 있고, 원자료를 읽거나 그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물을 수도 있다. 받은 설명이 내 일에 맞는지는 다시 적용해보며 배운다.

무엇을 직접 연습해야 할지도 이 과정에서 드러난다. 매번 손으로 옮기던 절차를 외울 필요는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자료를 보고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거나, 고객의 말에서 진짜 문제를 찾는 힘은 더 필요해질 수 있다. 일을 맡길수록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분명해야 한다.

호텔관광경영을 공부하고 다른 길로 갔다고 해서 그때의 배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경험, 낯선 나라에서 질문하던 습관, 새로운 서비스를 직접 써보던 호기심이 이후의 일과 연결됐다. 배움은 미리 정해진 순서대로만 쌓이지 않았다.

지금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강의 목록과 함께, 그 지식으로 해내고 싶은 일도 떠올려보자. 그 일을 조금 해보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드러난다. 그러면 읽을 글도, 물어볼 사람도, 들어야 할 수업도 더 구체적으로 고를 수 있다.

내 배움의 방향을 정하는 사람은 나다. 내가 버리고 싶은 강박은 누군가가 순서대로 가르쳐줘야만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필요한 배움은 내가 하려는 일 주위에 모을 수 있다.


주석과 더 읽기

  1. 김창준,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실제로 일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다른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다룬다. 출판사 도서 소개
  2. AC2. 본문에서 소개한 학습·협업 과정이다. 공식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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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son Gyusup Sim
Updated on 2026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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