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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10. 하려는 일이 배울 순서를 정한다
수업 마지막에 알려준 기능에서 배움의 순서를 다시 봤다. 먼저 해보면 필요한 설명과 도움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AI 부트캠프에서 일부러 수업 맨 마지막에 알려준 기능이 있었다. 오늘 하던 작업을 닫았다가 다음에 다시 이어서 여는 방법이었다.
부트캠프는 짧은 기간에 직접 실습하며 익히는 집중 교육이다. 당시에는 클로드 코드라는 도구를 썼다. 문자로 지시하면 컴퓨터의 파일과 프로그램을 다루며 일을 수행하는 AI다. 참가자들은 자기 자료로 작업을 해본 뒤 공통적인 질문을 했다. 오늘 하던 작업을 끝내고 나면, 다음에 어떻게 다시 이어서 할 수 있는가.
작업을 다시 여는 방법을 처음부터 알려주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설명을 뒤로 옮겼다. 참가자들이 자기 작업을 해보고, 그것을 다시 열어야 할 이유가 생긴 뒤에 가르쳤다. 처음에는 아직 쓸 일이 없는 기능이지만, 작업을 해본 뒤에는 다음에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방법이 된다.
가르칠 내용은 같았다. 언제 필요한지 달라졌을 뿐이었다.
첫 실습에서는 평소 쓰던 엑셀 파일로 원하는 작업을 해보도록 했다. 자기 자료로 시작하면 결과에 빠진 항목이나 낯선 분류를 살펴볼 기준이 있다. 왜 이렇게 나눴는지, 빠진 내용은 없는지 물어볼 수 있다.
가르치는 자리에 서고 나서 내가 배워온 방식도 다시 보였다. 하려는 일이 생기면 배울 내용과 순서가 달라진다.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조금 해볼 필요가 있었다.
취업하고 싶은 회사가 공부할 것을 정해줬다
어릴 때 나는 누군가가 시키는 공부를 싫어했다. 게임과 스포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다. 호텔관광경영학과에 간 데에는 ‘호텔’이라는 단어가 멋있어 보였다는 이유도 있었다. 대만 명전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을 보내고, 호텔에서 매니저 아르바이트를 하고, 칵테일을 만드는 조주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그러다 2010년에는 소셜미디어와 소셜커머스에 빠졌다.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소식을 나누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공동구매와 할인 상품을 판매하는 그루폰 같은 서비스들이 관심사였다. 이런 회사가 한국에 들어오면 지원하고 싶었다.
블로그를 읽고 해외 글을 번역했다.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토론했고, 서비스를 직접 써봤다. 새로운 서비스가 어떻게 사람을 모으는지, 사람들이 왜 쓰는지 궁금했다. 배운 것을 써보고 나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생겼고, 그것을 다시 찾아봤다.
그때는 무엇을 공부할지 고르는 기준이 있었다. 그 회사들이 하는 일을 이해하고, 내가 그 일에 기여할 수 있어야 했다. 관심 가는 자료를 모으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배우는 것은 여기서 달라진다. 어떤 자료가 지금 필요한지 고를 수 있게 된다.
그루폰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소셜미디어 매니저로 합류했다. 회사의 온라인 계정을 운영하며 고객과 소통하는 일이었다. 이후 익스피디아와 스카이스캐너 같은 여행 서비스 회사에서 일하면서 배워야 할 범위도 넓어졌다. 소식을 잘 알리는 것에서, 고객이 서비스를 쓰고 사업이 성장하게 만드는 것으로 질문이 커졌다.
내가 관심 있는 일을 먼저 정하고, 글과 사람과 실제 서비스를 그 주위에 모으며 배웠다. 앞으로의 경력 전체를 이해해야 첫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좋은 선생님에게 가져갈 것은 질문이다
그 과정에는 좋은 선생님들이 있었다.
대만 교환학생 시절의 퍼블릭 스피킹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 여러 사람 앞에서 영어로 자기 생각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방문 교수는 다른 관점을 환영했다. 나는 궁금한 것을 묻고 내 의견을 말했다. 나중에는 내가 수업에 활기를 더했다는 취지로 추천 영상도 촬영해주셨다.
내 생각을 꺼내야 교수와 다른 학생들의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가만히 듣는 것으로 끝냈다면 같은 수업을 들어도 얻는 것이 달랐을 것이다.
이후 일하고 배우는 방식을 다루는 AC2에서도 이 태도를 익혔다.[1] 《함께 자라기》를 읽으며 남긴 메모에도 새로 접한 것을 기존 경험과 연결하고, 실제로 해보며 짧은 간격으로 피드백을 받자는 생각이 남아 있다.[2]
하나를 해보면 처음에는 없던 질문이 생긴다. 선생님에게도 내가 해본 것과 막힌 부분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의 경험 가운데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을 함께 찾기 쉬워진다.
조용한 사람이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트캠프에서 받은 피드백 중에는 충분히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손을 들면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손을 들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용히 앉아 있다고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손을 들어도 좋고 메신저로 따로 연락해도 좋으니, 막힌 것을 알려달라고 설명했다. 내가 먼저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말했다. 참가자에게 적극적으로 배우라고 말하는 나도, 질문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개 열어두어야 했다.
스스로 배운다는 말에는 도움을 찾아 쓰는 일도 들어 있다. 시도해볼 과제를 고르고, 막힌 지점을 알아차리고, 필요한 사람에게 묻는다.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서 막혔는지 표현하는 일부터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그때는 작업을 보여주고 같이 봐달라고 할 수도 있다.
배우는 사람의 의지만 탓하면 가르치는 방식에서 고칠 부분을 놓친다. 수업 마지막으로 설명을 옮긴 것도, 질문할 방법을 더 연 것도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이었다.
모든 기능을 배우기 전에 가져갈 일
에이전트에게 실행을 맡길 수 있게 되면서 모든 조작법을 먼저 외워야 할 이유는 줄어들었다. 대신 만들어진 결과가 내 일에 맞는지 판단할 경험은 필요했다. 부트캠프에서 참가자 자신의 자료로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개발자로 일한 적이 없었다.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사업의 결과를 판단해온 경험은 있었다. 내가 AI와 일할 때에도 그 경험을 사용했다.
내가 실제로 쓰던 표라면 어떤 항목이 빠졌는지 알아볼 수 있다. 고객과 하던 일이라면 결과가 그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지 물을 수 있다. 이미 아는 업무를 가져와야 새 도구가 한 일을 살펴볼 기준이 생긴다.
앞으로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강의 목록과 함께, 그 지식으로 해내고 싶은 일도 떠올려보자. 자료를 하나 정리하거나, 만들고 싶은 것의 작은 부분을 구현해볼 수 있다. 혼자 시작하기 어렵다면 그 과제를 들고 수업이나 동료를 찾아도 된다.
조금 해보면 필요한 설명과 도움이 드러난다. 그러면 읽을 글도, 물어볼 사람도, 들어야 할 수업도 더 구체적으로 고를 수 있다.
수업 첫머리에는 잊어버리던 설명을 마지막에 남겨둔 이유도 그것이었다. 내일 이어서 하고 싶은 작업이 생기면, 다시 여는 방법을 배울 이유도 생긴다.
주석과 더 읽기
- AC2. 본문에서 소개한 학습·협업 과정이다. 공식 소개
- 김창준,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실제로 일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다른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다룬다. 출판사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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