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나를 운영하는 시스템
알고 있는 것과 해낼 수 있는 것 사이에는 연습과 도움이 필요하다. 작은 행동을 해보고, 반응을 받고, 다음 시도에 반영하면서 내게 맞는 방법을 찾는다. 에너지와 습관을 살피는 기준, 다른 사람에게 배우는 관계, 가르치는 과정에서 다시 배우는 경험을 다룬다. 시작 전에 모든 것을 설계할 필요는 없다.
핵심 질문: 지금 하나를 해본다면 무엇을 알 수 있고,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나는 습관이 약한 사람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탐색하는 것은 즐겁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처음의 흥분이 지나고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할 때 자주 멈춘다. 운동도, 글쓰기도 그랬다.
예전에는 그때마다 의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의지가 약하다’는 진단에서는 다음에 할 일이 잘 나오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기 때문이다.
AC2에서 김창준님에게 배운 ‘퍼포먼스 공식’은 다른 질문을 하게 했다.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조건이 여러 가지라면, 지금 내게 부족한 조건을 다른 조건과 연결해서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성과를 만드는 여덟 가지 조건
내가 배운 모형은 다음과 같았다.
성과 = 에너지 ×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 유효한 암묵지 × 유효한 명시지 × 연습 × 습관 × 도구 × 메타인지
낯선 용어가 많지만 일에 대입하면 익숙한 것들이다.
- 에너지와 관계. 일을 할 몸과 마음의 여력이 있는가. 막혔을 때 물어볼 사람이 있는가.
- 유효한 암묵지와 명시지. 경험으로 익혀서 말로 전부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을 암묵지라고 한다. 절차나 원칙처럼 설명해서 전달할 수 있는 지식은 명시지다. ‘유효한’은 그 지식이 지금 하는 일에도 통한다는 뜻이다.
- 연습과 습관. 방법을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해낼 수 있게 연습하는가. 유용한 행동을 반복할 수 있는가.
- 도구와 메타인지. 실행에 드는 수고를 줄일 수 있는가.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알아차리고 바꿀 수 있는가. 뒤의 능력을 메타인지라고 한다.
나는 곱하기 기호를 조건들이 서로 영향을 준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일과, 방법을 알지만 너무 지쳐서 못 하는 일은 다르다. 전자에는 설명이나 연습이 필요하고, 후자에는 먼저 일을 줄이거나 쉬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나처럼 반복이 약한 사람이 새 지식만 계속 모은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반복을 잘하는 사람에게 방법을 물어볼 수도 있고, 도구가 반복하는 부분을 맡도록 바꿀 수도 있다. 내가 부족한 능력을 혼자 끝없이 단련하는 것 외에도 방법이 있었다.
내가 반복할 일과 도구가 반복할 일
특히 AI 에이전트가 생기면서 ‘내가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다시 보게 됐다. 에이전트는 목표에 따라 자료를 읽고,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일련의 작업을 수행하는 AI다. 사람이 매 단계 답을 옮겨서 실행하지 않아도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연습 자체가 목적인 일도 있다. 내가 몸을 움직여야 하는 운동처럼 내 참여가 중요한 일도 있다. 반면 자료를 모으고 정해진 형식으로 정리하는 일은 매번 내가 손으로 반복해야만 가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 차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도구를 쓰는 능력도 성과의 조건이라면, 반복을 맡길 방법을 찾는 일 역시 내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나는 이 생각을 시간관리에도 연결한다.
흔히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라고 부르는 네 칸짜리 표가 있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도 등장하는 구분이다. 일을 급한지, 중요한지에 따라 나눈다.[1]
급한 일에는 지금 대응하라는 압박이 있다. 중요한 일에는 내가 지키려는 책임이나 목표와의 연결이 있다. 둘은 같지 않다. 당장 답을 달라는 요청이 모두 내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반대로 건강을 돌보거나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할지 생각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오늘 하지 않았다고 누가 독촉하지는 않는다.
급하고 중요한 일은 자동화하고,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은 깊이 탐구한다
내가 이 표에 AI를 적용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급하고 중요한 일에서는 반복 실행을 에이전트에게 맡긴다.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서는 에이전트와 함께 깊이 탐구한다.
앞의 목적은 내가 손으로 처리하느라 붙들려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뒤의 목적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와 깊이를 넓히는 것이다. 같은 에이전트라도 맡기는 역할이 달라진다.
도표 내용 글로 보기
| 급하다 | 급하지 않다 | |
|---|---|---|
| 중요하다 | 반복 실행은 에이전트에게 맡긴다. 사람은 우선순위, 예외, 결과를 판단한다. | 에이전트와 함께 깊이 탐구한다. 자료와 관점, 반론을 넓히고 사람이 방향을 선택한다. |
| 중요도가 낮다 | 요청을 줄이고 정형 처리를 맡긴다. 관련된 사람들과 응답 기대와 책임을 맞춘다. | 하지 않을 일을 고른다. 자동화할 가치가 있는지부터 묻는다. |
예를 들어 고객에게 오늘 보내야 하는 보고서가 있다고 하자. 자료를 모으고, 표를 정리하고, 정해진 수치를 계산하는 일은 에이전트에게 맡길 수 있다. 사람은 무엇을 먼저 보여줄지, 평소와 다른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자료를 근거로 고객에게 어떤 제안을 할지 판단한다. 급하고 중요한 일에도 반복 실행과 판단이 함께 들어 있다. 일을 통째로 분류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맡길 부분이 보인다.
실제로 고객에게 문제가 발생했다면 대응의 우선순위와 약속할 범위는 사람이 정해야 할 수 있다. 관련 자료를 찾고 경과를 정리하는 부분은 에이전트가 도울 수 있다. 중요한 일이라는 이유로 전부 손으로 할 필요도, 자동화한다는 이유로 결정까지 전부 넘길 필요도 없다.
반대로 앞으로 어떤 고객의 문제를 풀지 고민하는 일에는 다른 방식으로 에이전트를 쓸 수 있다. 고객들이 반복해서 꺼낸 고민을 모아보고, 서로 다른 해석을 비교하고, 내가 택하려는 방향에 반대할 근거도 찾아보게 한다. 자료를 읽으며 질문이 달라지면 다시 조사한다. 결론을 빨리 받아내는 것보다,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하는 데 에이전트의 시간을 쓰는 것이다.
관계나 건강처럼 중요한 일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사람을 만나고 몸을 돌보는 시간을 조사만으로 대신할 수는 없다. 깊이 탐구한 뒤에는 내가 해야 할 행동이 남는다.
아낀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
급한 일을 빨리 끝냈는데 남은 시간에 새로운 급한 일을 더 받아들이면 하루의 모양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처리량은 늘어도, 계속 미뤄온 중요한 일은 그대로일 수 있다.
그래서 두 칸을 함께 봐야 한다. 반복 실행에 쓰던 시간을 줄였다면, 그 시간을 어디에 돌려줄 것인가.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는 데 쓸 수도 있고, 자꾸 문제가 생기는 업무를 개선하는 데 쓸 수도 있다. 사람을 만나거나 쉬는 데 써도 된다.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하는 일이 먼저다.
도구가 생겼다고 모든 일을 자동화할 가치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별로 필요하지 않은 일을 더 빠르게 할 방법부터 만들면, 없애도 될 일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고르는 것 역시 시간관리다.
나는 여전히 습관을 잘 지키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반복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나를 평가하는 데서 끝내고 싶지는 않다. 직접 연습할 부분은 남기고, 사람이 도와줄 부분은 묻고, 도구가 반복할 부분은 맡길 수 있다.
내가 애써 반복하는 일 가운데 무엇을 맡길 수 있는가. 그렇게 생긴 시간으로 어떤 중요한 질문을 더 깊이 다룰 것인가. 두 질문을 함께 해야 도구가 빨라진 만큼 내 삶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주석과 더 읽기
-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습관 3. 긴급성과 중요성을 구분하고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는 관점을 다룬다. FranklinCovey 공식 설명
- AC2와 김창준, 《함께 자라기》. AC2는 일과 학습, 협업을 함께 다루는 과정이다. 배움과 실천, 협력을 연결하는 관점은 《함께 자라기》 출판사 소개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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