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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3. 회의가 끝난 뒤, 누가 할 것인가

회의에서 정한 일을 누가 실행할 것인가. 다오랩에서 에이전트에게 후속 과업을 맡기며 대화의 쓰임을 다시 봤다.

· By Simpson Gyusup Sim · 10 min read

다오랩 7기에서 팀장을 맡았다. 다오랩은 AI 시대에 사람과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모임이다. 에이전트는 주어진 목표를 위해 자료를 읽고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하는 AI다. 답을 받아 사람이 매번 실행하던 일을 AI가 이어서 맡을 수 있다.

활동 중에 《슈퍼휴먼 슈퍼워크》의 공동저자인 유호현 선배님의 한 시간 강의를 들었다. 그의 팀에서는 에이전트가 팀원처럼 일하기 시작하자 사람들끼리 아이디어와 시각을 교환하는 미팅이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미팅 기록을 에이전트에게 주고 후속 조사와 작업을 맡겼다.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대화 중에 추가 관점을 구하기도 했다. 사람이 함께 생각한 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부담이 줄어들자, 사람끼리 대화할 자리가 더 생겼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내 팀에서 바로 해봤다.

조별 과제에 익숙한 질문

조별 과제를 하면 할 일을 정한 뒤에 질문이 하나 더 남는다. “이거 팔로업 누가 할래?”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하고, 자료를 더 찾아보고, 다음에 볼 결과물로 만드는 일이다.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과 누군가 실제로 맡는 것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내 에이전트에는 모든 팀 미팅의 기록과 팀원 소개가 쌓여 있었다. 우리가 무엇을 이야기했고 누가 어떤 맥락에서 말했는지 참고할 자료가 있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회의 뒤의 과업을 맡겼다.

내가 크게 체감한 변화는 “이거 팔로업 누가 할래?”라는 질문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별도로 시간을 내서 처리해야 했던 일을 에이전트에게 맡길 수 있었다. 회의에서 나눈 이야기와 결정이 다음 작업으로 이어졌다. 결과물은 《AI가 팀원이 될 때: Human-Agent Teaming 플레이북》으로 공개했다.[1]

핵심은 AI에게 질문을 잘해서 좋은 답변을 얻은 것만이 아니었다. 누가 실행하는지가 달라졌다. 내가 답을 받아 옮기고, 실행하고, 다시 설명하는 단계를 줄일 수 있었다. 사람이 매 단계에서 중계해야 한다면 AI가 빨리 답해도 다음 일은 그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

내 팀에서 해본 뒤에는 질문이 더 커졌다. 조별 과제에서 가능했다면 고객의 컨설팅 과업에서는 어디까지 맡길 수 있을까. 남의 강의에서 들은 생각이 내 실험을 거쳐 다음 실험의 출발점이 됐다.

대화가 실행으로 이어질 때

매트 리들리는 《이성적 낙관주의자》에서 아이디어의 교환에 주목한다. 서로 다른 사람이 가진 지식과 기술이 만나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는 관점이다.[2] 개발자와 마케터가 같은 문제를 볼 때 서로 다른 질문을 하는 것도 그런 경험이었다. 그 차이를 설명하다 보면 혼자서는 떠올리지 못한 방법이 나온다.

AI가 여러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이런 교환도 덜 필요해질까. 다오랩에서의 경험은 내가 사람과 AI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AI가 더 많은 실행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함께 있었다.

회의에서 누군가 낸 아이디어는 다음 일을 만들어낸다. 좋은 제안이어도 확인하고 실행할 사람이 없으면 미뤄질 수 있다. 그 뒤의 일을 맡길 수 있다면 대화에서 생긴 질문을 실제 결과로 살펴볼 여지가 커진다. 유호현 선배님이 말한 미팅의 증가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됐다.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은 우리 팀의 후속 업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사람들끼리 생각을 나누는 시간의 가치는 그 일을 누가 이어서 하느냐와 연결돼 있었다. 회의의 길이만 줄이는 것보다, 대화가 끝난 뒤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보는 편이 더 도움이 됐다.

기록이 일을 맡길 수 있게 했다

내 에이전트가 가진 것은 마지막 요청 한 줄만이 아니었다. 팀원 소개와 지난 미팅 기록이 있었다. 방금 나온 말이 이전의 어떤 논의와 이어지는지 살필 자료가 쌓여 있었다.

사람에게 일을 맡길 때도 맥락이 중요하다.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왜 이 일이 필요한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함께 이야기해온 사람에게는 짧게 말해도 전달되는 것이 많다. 에이전트에게도 일을 맡기는 데 필요한 자료가 있어야 했다.

여기서 기록의 쓰임이 달라졌다. 나중에 찾아보기 위해 보관하는 자료가 다음 행동을 위한 자료가 됐다. 같은 설명을 다시 하는 부담을 줄이고, 지금 결정해야 할 부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팀원 소개만 넣는다고 팀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나눈 이야기와 결정이 이어져야 한다. 새로 합의한 내용이 있으면 그 내용도 다음 작업에 반영돼야 한다. 기록은 쌓는 양보다 다음 일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가 중요하다.

하나를 해보면 다음 실험이 보인다

나는 해보며 배우는 방식에 점점 더 기대고 있다. 영어로는 learning by doing이라고 한다.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조차 해보기 전에는 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AC2에서도 이 태도를 배웠다. AC2는 일과 삶의 문제를 코칭과 실험, 회고를 통해 다루는 과정이다. 나는 김창준님이 직접 진행한 마지막 기수에서 레벨 2까지 수강했다. 배운 내용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고, 결과를 돌아보고, 다음 행동을 고치는 과정이 중요하게 남았다.[3]

다오랩에서 시작할 때도 그다음 컨설팅까지 모두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팀의 일을 맡겨보니 후속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는 감각이 생겼다. 그 감각이 더 큰 과업에서도 통할지 궁금해졌다. 계획을 세울 때 없었던 질문이었다.

피드백 루프는 실행 뒤에 얻은 정보를 다음 행동에 반영하고 다시 결과를 보는 반복이다. 무엇이 잘됐는지, 어디에서 막혔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다시 물었는지가 모두 피드백이다. 이 과정이 짧으면 처음에 몰랐던 질문을 빨리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다음 단계가 모두 보일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지금 해볼 수 있는 작은 일을 찾는다. 내 돈과 시간은 한정돼 있다. 한 번의 시도를 너무 크게 만들면 결과를 본 뒤 방향을 바꿀 여유가 줄어든다. 이번에 알고 싶은 것과 감당할 범위를 정하고, 해본 결과로 다음 투자를 결정한다. 그로스 실험에서 익숙한 방식을 다른 일에도 가져오는 것이다.

다음 회의 뒤에 남을 일

팀에 에이전트를 쓰고 싶다면 다음 회의의 후속 과업 하나부터 골라볼 수 있다. 단순한 회의 요약을 넘어서, 결정된 내용을 실제 결과물로 옮기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살핀다. 그 일을 수행할 자료를 주고, 나온 결과를 함께 본다.

처음부터 팀 전체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는 없다. 맡긴 일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보면 다음에 필요한 맥락도 드러난다. 사람이 다시 손을 대야 했던 부분이 있다면 왜 그랬는지 살핀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도 돌아본다.

나는 팀장의 자리에서 익숙한 조별 과제의 질문이 사라지는 것을 봤다. 일을 나눠 맡길 사람을 찾는 방식이 달라지자 그다음에 해보고 싶은 일도 달라졌다.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며 내게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실행의 부담이 줄어든 만큼 우리는 어떤 대화를 더 해볼 수 있을까. 그 대화에서 나온 생각을 다음에는 어디까지 옮겨볼 수 있을까.


주석과 더 읽기

  1. 유호현·김진실, 《슈퍼휴먼 슈퍼워크》. 다오랩 7기 결과물 보기.
  2. Matt Ridley, 《The Rational Optimist》, 한국어판 《이성적 낙관주의자》. 아이디어 교환에 관한 저자의 TED 강연.
  3. AC2 과정 소개. 짧은 실행과 회고를 다룬 애자일 선언 이면의 원칙(2001)도 함께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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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son Gyusup Sim
Updated on 2026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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