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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2. 어제 안 됐던 게 오늘 된다: 배운 것을 다시 판단하기

과거의 성공이 만든 가정을 다시 살핀다. 익숙한 방법을 유지할 비용과 바꿀 비용을 함께 본다.

· By Simpson Gyusup Sim · 10 min read

2016년, 스카이스캐너에서 한 차례 일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항공권과 여행 상품을 비교하는 글로벌 서비스에서 일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투자를 잘 받은 한 스타트업에 먼저 연락했다. 내가 아시아·태평양 시장 진출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자신감이 지나쳤다. 고객을 늘리고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그로스 업무를 배웠고, 개발팀이 짧은 주기로 결과를 점검하는 방식도 몸으로 익혔다. 그것을 가져오면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실제로 마케팅 캠페인을 운영했고, 팀원들이 진행 상황을 짧게 공유하는 회의도 도입했다.

6개월 만에 잘렸다.

그 조직에는 마케팅을 총괄하는 책임자인 CMO가 있었다. 나는 팀원들의 업무와 방향을 맞추는 데 온 신경을 썼다. 정작 CMO와는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그 방향인지 공유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주요 업무에서 배제됐고, 몇 주 뒤 해고됐다.

나는 배운 것을 열심히 써먹고 있었다. 배우지 못한 것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잘하는 일의 바깥

당시의 나에게 일을 잘한다는 것은 캠페인을 실행하고 팀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풀고 싶은 문제와 조직이 풀어야 할 문제가 같은지, 책임자는 무엇을 기대하는지 확인하는 일도 업무였다. 그 부분을 놓쳤다.

한동안 이 경험을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졌다고 설명했다. 실무 능력은 있는데 조직 안에서 소통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지금도 그 교훈은 남아 있다. 다만 내 전략이 옳았다는 판단까지 함께 지킬 이유는 없다. 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았다면 전략에 필요한 정보도 놓쳤을 수 있다.

자기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도 능력이 필요하다. 심리학자 크루거와 더닝은 과제 수행 수준과 자기평가 사이의 간격을 연구했다.[1] 나에게도 내 경험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알아보는 눈이 부족했다. 스카이스캐너에서 배운 방법은 익숙했지만, 그 방법이 작동하던 조건까지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이전 회사에서 배운 것을 모두 버려야 했던 것은 아니다. 그것만으로 새 조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가정을 내려놓아야 했다.

내 머릿속의 ‘불가능’ 목록

AI를 사용하면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한 번 해보고 안 됐던 일은 머릿속에서 불가능한 일로 남는다. 도구가 바뀌어도 그 목록은 저절로 수정되지 않는다.

내게는 AI가 실제 작업을 이어가는 환경이 큰 전환점이었다. 답변을 받아 내가 파일을 옮기고, 붙여 넣고, 실행한 뒤 오류를 다시 전달하던 때가 있었다. AI가 필요한 자료를 읽고 작업을 수행하게 되자 내가 매 단계에서 중계할 일이 줄었다.

명령어를 입력하는 화면인 CLI를 쓰면서 그 차이를 크게 느꼈다. 그러다 다시 코덱스앱으로 돌아왔다. 내가 원하던 것은 명령어 화면 자체가 아니었다. 일을 맡기고, 결과를 보고, 다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었다. 앱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다면 앱을 쓰면 됐다.

배운 것을 다시 판단하고, 지금 맞지 않는 가정이나 습관을 내려놓는 일을 언러닝(unlearning)이라고 부른다. 내게는 ‘불가능’이라는 결론 옆에 당시의 조건을 다시 붙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어떤 도구로, 무엇을 설명했고, 어디까지 시도했는가. 그중 무엇이 달라졌는가.

다시 해볼 일은 가까이에 있다

새 도구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무엇이 좋아졌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모든 소식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내 일은 그대로일 수 있다. 다시 시험해볼 가정은 지금 시간을 쓰고 있는 일에서 찾는 편이 좋다.

나는 세 종류의 일을 떠올린다.

첫째, 할 줄 알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자료를 모으고, 같은 형식으로 정리하고, 반복해서 확인하는 일이다. 이미 결과를 판단할 수 있으니 작은 부분부터 맡겨보기 좋다.

둘째,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다.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디자인 시안을 준비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혼자 최종 결과까지 만들지 못하더라도, 초안을 만들어 보여주면 대화가 달라진다. 막연하게 부탁할 때보다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셋째, 무엇이 좋은 결과인지부터 모르는 일이다. 새로운 사업이나 진로가 그렇다. 이때는 답을 빨리 얻는 것보다 현실의 반응을 얻을 작은 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고객에게 보여줄 초안이나 동료와 검토할 선택지를 만드는 데 AI를 쓸 수 있다.

세 종류 중 어느 일을 고르든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시간을 줄이려는 일이라면 준비와 수정에 드는 시간까지 본다. 새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일이라면 무엇을 새로 알게 됐는지 본다. 한 번 해보면 다음 질문이 더 구체적으로 생긴다.

내가 만든 것도 다시 판단하기

언러닝이 특히 어려운 때는 내가 만든 것을 바꿔야 할 때다. 익숙한 방법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 있다. 그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기까지 했다면 내려놓기가 더 어렵다.

6개월 만에 해고됐을 때도 방법을 고치는 것보다 그 방법을 믿었던 나를 돌아보기가 더 어려웠다. 내가 배운 것은 가치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판단까지 옳았던 것은 아니었다. 경험을 지키는 일과 그 경험에서 내린 결론을 지키는 일은 달랐다.

애덤 그랜트의 《싱크 어게인》은 생각을 다시 검토하는 태도를 다룬다.[2] 내게 그 태도가 절실해지는 순간은 새로운 생각을 접했을 때보다, 내가 잘 안다고 믿는 것을 설명할 때다. 한 번 확신을 얻은 곳이 오히려 다시 보기 어려운 곳이다.

하나의 가정을 다시 열어보자

‘나는 이런 일을 못한다.’ ‘이 일은 반드시 이 사람을 거쳐야 한다.’ ‘고객은 이것을 원한다.’ 평소 사실처럼 취급하는 문장 하나를 골라보자.

그렇게 판단했던 때와 근거를 떠올린다. 그 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작게 확인해본다. 시간과 돈을 얼마나 쓸지도 먼저 정한다. 기존 방법이 여전히 낫다면 계속 쓰면 된다. 다른 결과가 나오면 그만큼 생각을 고친다.

나는 6개월 만에 해고된 경험을 통해 내 실무 능력만으로 보이지 않던 것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지금도 새로운 도구를 쓰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내가 이미 안다고 생각해서 묻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어제 안 됐던 게 오늘 된다. 어제 통했던 방법이 오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 사이의 차이를 직접 확인하러 가는 것, 거기서 업데이트가 시작된다.


주석과 더 읽기

  1. Justin Kruger·David Dunning, 「Unskilled and Unaware of It」(1999). 과제 수행과 자기평가의 차이를 다룬 연구다.
  2. Adam Grant, 《Think Again》, 한국어판 《싱크 어게인》.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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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son Gyusup Sim
Updated on 2026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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