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게임이 바뀌었다
익숙한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먼저 내 노력이 부족한지 의심하게 된다. 그런데 도구와 시장, 함께 일하는 방식이 바뀐 것일 수도 있다. AI에게 답을 받던 사람이 실제 작업을 맡기게 되고, 그 변화를 가르치던 사람도 자신의 교육을 다시 살핀다. 이 부에서는 달라진 조건을 알아차리고, 배운 것 중 무엇을 남길지 판단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핵심 질문: 지금의 어려움에서 내가 다시 살펴야 할 가정은 무엇인가?
나는 개발을 여러 번 배우려 했다. 아이폰 앱을 만드는 국비지원 과정도 들었고, 2024년에는 AI의 도움으로 코딩하는 교육에도 참여했다. 설명을 들을 때는 이해한 것 같았는데, 혼자 구현하려고 하면 막혔다. 호텔관광경영을 전공하고 마케팅과 사업 성장을 다뤄온 내게 코딩은 오래도록 ‘알겠는데 못 하는 일’이었다.
나중에 Antigravity라는 AI 개발 도구를 쓰면서 처음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들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글인 코드를 AI가 작성하고, 나는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설명했다. 낯선 개념을 물어가며 조금씩 앞으로 갈 수 있었다.
2025년 12월에는 친구 일곱 명과 5일 동안 숙식하며 공부했다. 그 무렵 터미널에서 AI에게 일을 맡기는 방식을 배웠다. 터미널은 컴퓨터에 글자로 명령을 입력하는 창이다. 이런 조작 방식을 CLI라고 부른다. 약어를 외울 필요는 없다. 내게 중요했던 것은 그 환경에서 AI가 파일을 직접 읽고 고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매번 설명을 받아 옮기는 일이 줄어들었다. 업무가 진행되는 방식이 바뀌었다.
답변과 실행 사이에 있던 나
예를 들어 보고서 하나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AI에게 분석 방법을 묻는다. 답을 읽고 내가 파일을 연다. 필요한 자료를 찾아 붙여넣고, 알려준 수식을 입력한다. 오류가 나면 그 내용을 다시 복사해 질문한다. 답이 아무리 빨라도 다음 행동은 내가 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주로 사용하던 채팅 방식이었다. 대화창에 질문하고 답을 받는 데에는 편리했다. 하지만 내가 자리를 비우면 일도 멈췄다. 여러 작업이 모두 내 손을 기다렸다. 물이 좁은 병목에서 느려지듯, 전체 흐름의 속도가 내 처리량에 묶였다.
에이전트는 주어진 목표를 향해 필요한 자료를 찾고 도구를 사용하며 작업을 이어가는 AI를 뜻한다. 접근할 수 있는 자료와 실행 수단이 갖춰지면, 파일을 열고 결과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단계까지 맡을 수 있다. 나는 매 단계의 전달자가 되는 대신 목표와 조건을 설명하고, 중요한 판단과 결과 확인에 시간을 쓸 수 있다.
부트캠프에서도 나는 실행자가 누구인지를 자주 이야기했다. 교육생이 AI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모든 단계를 직접 중계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표 내용 글로 보기
| 업무 단계 | 답을 받아 사람이 실행할 때 | 에이전트가 작업을 이어갈 때 |
|---|---|---|
| 자료 찾기 | 내가 찾아 대화창에 붙인다. | 접근을 허용한 자료에서 AI가 찾는다. |
| 결과물 만들기 | 제안을 읽고 내가 프로그램을 조작한다. | AI가 파일이나 앱을 조작해 만든다. |
| 오류 고치기 | 오류를 복사해 다시 질문한다. | AI가 결과를 살피고 가능한 수정을 시도한다. |
| 중요한 결정 | 내가 목적과 결과를 판단한다. | 내가 목적, 허용 범위, 최종 결과를 판단한다. |
실제 업무에는 두 방식이 섞여 있다. 모든 단계를 맡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계속 중계해야 하는 부분을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새 선택지가 보였다.
개발팀을 기다리던 일
내가 운영하는 리텐션은 기업이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사업을 성장시키도록 돕는 컨설팅 회사다. 한 고객사에서는 마케팅에 필요한 개발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개발팀에 다른 일이 많았다. 이전 같았으면 필요한 기능을 정리해 개발팀에 요청하고 기다렸을 것이다.
AI가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환경을 익힌 뒤에는 직접 만들어봤다. AI와 함께 코드를 작성하고, 인터넷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구글의 서버 서비스에 올렸다. 변경한 코드를 관리하고 개발팀이 이어받을 수 있도록 정리했다.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마케팅 데이터를 분석하는 흐름을 만들었다.
컨설팅이 끝나기 전에는 개발 총괄에게 90분 동안 인수인계했다. 그분에게 중상급 개발자 같다는 평가도 들었다. 여러 번 배우다 막혔던 코딩으로, 고객사에서 실제로 쓸 것을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데까지 간 것이다.
코딩을 처음 배웠지만 업무까지 처음이었던 것은 아니다. 고객이 무엇 때문에 막혔는지,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결과가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이전 경력에서 배웠다. AI가 맡은 실행과 내가 쌓아온 판단이 함께 작동했다.
여러 에이전트에게 일을 나누어 맡긴 적도 있다. 동시에 여덟 개를 운용하니 내가 하나를 검토하는 동안 다른 일들이 진행됐다. 그러자 다음 문제가 생겼다. 내가 확인해야 할 결과물이 쌓였다. 일을 직접 실행하던 손에서, 무엇을 시키고 결과를 판단할지 결정하는 쪽으로 병목이 옮겨갔다.
그래서 질문이 달라졌다. 개발팀에 어떻게 요청할지만 고민하던 상황에서, 내가 AI와 함께 작은 버전을 만들어 확인할 수 있을지 묻게 됐다. 구현까지 해보니 요청서만 쓸 때는 몰랐던 문제도 보였다. 도구가 바뀌면서 가능한 행동이 늘었고, 행동이 새로운 질문을 만들었다.
다시 앱을 열었다
처음에는 이 변화를 터미널의 힘으로 설명했다. 그래서 CLI를 쓰는 일이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길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후 코덱스앱으로 돌아왔다. 코덱스는 AI 개발 회사인 OpenAI가 만든 도구로, AI에게 작업을 맡기고 진행 과정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앱은 창과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다.
모양만 보면 예전에 쓰던 대화창과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대화를 마친 뒤 누가 일하는지가 달랐다. 앱 안에서도 AI가 파일을 다루고,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터미널을 잘 다루는 일이 더는 같은 정도의 진입장벽이 아니었다.
여기에 컴퓨터 유즈라는 기능이 더해졌다. AI가 사람이 보듯 화면을 보고 키보드와 마우스로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자료를 옮겨주거나 도구끼리 연결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던 작업 중 일부를 AI가 직접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나는 GPT-6 Astra라는 모델, 코덱스앱, 컴퓨터 유즈의 조합을 쓰며 범용 인공지능이 내 업무 안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델은 AI의 판단과 생성 능력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앱은 일을 맡기고 결과를 받는 환경이고, 컴퓨터 유즈는 실제 프로그램을 다루는 수단이다. 이 셋이 함께 작동하는 경험이 중요했다.
범용 인공지능은 흔히 AGI라고 줄여 부른다. 특정한 한 가지 일을 넘어 여러 종류의 일을 배우고 수행하는 AI를 가리킨다. 어디까지 가능해야 그 이름을 붙일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1] 내게 이 조합은 이미 그 문턱을 넘은 것처럼 느껴졌다. 말로만 설명해주던 상대가 내가 쓰는 프로그램을 열고, 자료를 읽고, 일을 끝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도구에 익숙했던 내가 늦게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미널을 익히느라 들인 시간이 있으니 그 방식이 계속 우월하기를 바랄 수 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앱에서 같은 일을 더 쉽게 해낸다면, 내가 배운 조작법의 가치도 달라진다.
내가 가르치던 것도 다시 살폈다
도구를 바꾸는 일은 비교적 쉬웠다. 내가 가르치던 것을 바꾸는 일에는 더 많은 생각이 필요했다.
입문자를 위한 AI 교육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코덱스앱을 통해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 변화를 보며 기존 부트캠프를 같은 방식으로 계속할 필요가 있는지 돌아봤다. 결국 함께 운영하던 과정을 52기에서 멈췄다.
입문자가 더는 배울 것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어디에서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었다. 반복적인 수작업 때문에 지쳐가는 팀의 업무를 함께 개선하는 쪽으로 다음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 선택의 구체적인 내용은 11장에서 이어가겠다.
나는 터미널을 가르쳤고, 다시 앱을 선택했다. 두 선택에서 묻는 것은 같았다. 이 환경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가.
업무가 어디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내가 꼭 판단해야 하는 일인가. 단순히 자료를 옮기고 프로그램을 조작하느라 기다리는가. 후자라면 그 한 구간을 맡겨보고 실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해보기
이번 주에 반복한 업무 하나를 적어보자. 그 과정에서 자료를 찾거나 옮기고, 결과를 기다리고, 오류를 전달한 부분을 표시한다. 그중 실패해도 되돌릴 수 있는 작은 구간을 AI에게 맡겨본다.
끝난 뒤에는 내 시간을 얼마나 썼는지와 결과를 다시 손보는 데 얼마나 들었는지를 함께 본다. 시간을 줄이지 못했더라도 어디에서 막혔는지 알았다면 다음에 바꿀 것이 생긴다. 지금 방식이 충분히 잘 작동한다면 계속 써도 된다.
나는 도구의 이름보다 이 질문을 오래 갖고 가고 싶다. AI가 답한 다음, 실제 일은 누가 하고 있는가.
주석과 더 읽기
- [1] AGI에 관한 서로 다른 기준: 그레그 브록먼의 인터뷰는 에이전트와 컴퓨터 조작이 가져오는 변화를, ARC Prize의 Astra 평가는 새로운 과제에서의 진전과 AGI 판정 사이의 간격을 다룬다. AGI의 수행 수준·범위·자율성을 나누어 생각하려면 Morris 외, 「Levels of AGI」를 참고할 수 있다.
- 본문에 등장하는 도구: OpenAI, GPT-6 Astra의 업무 활용 소개. 이 장의 제품 경험은 2026년 9월을 기준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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