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서 계획을 크게 세우면 기분은 좋다. 그런데 그 계획을 실행할 즈음에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다시 막막해지기도 한다. 나는 작은 행동에서 다음 단서를 얻는 쪽을 더 믿게 됐다.
이 장은 지금 해볼 수 있는 일을 정하고, 그 결과로 다음 행동을 고르는 짧은 안내다. 일을 바꾸는 실험에도, 아침 습관을 살피는 데에도 쓸 수 있다.
1. 지금 궁금한 것 하나를 고른다
‘삶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는 당장 해볼 행동을 알려주지 않는다. 아침에 휴대전화를 보는 시간이 줄었으면 좋겠다는 문제라면, 일어난 뒤 첫 행동을 바꿔볼 수 있다. 회의가 끝날 때마다 후속 업무가 남는다면, 그중 작은 작업 하나를 맡기는 방법을 바꿔볼 수 있다.
관찰할 대상을 좁히면 무엇을 배웠는지 알기 쉬워진다. 이번 시도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할 필요는 없다. 지금 가장 답답한 한 구간을 고르면 된다.
방향이 안 보일 때는 사람에게서 시작해도 된다. 관심 있는 분야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의 기록을 읽고, 이미 해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사람이 내 상황과 어떻게 다른지도 본다. 닮고 싶은 사람의 방식은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대로 복사해야 하는 규칙은 아니다.
2.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먼저 해본다
가설은 거창한 말이 아니다. ‘이것을 바꾸면 저것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예상이다. 예상이 있으면 해본 뒤 무엇을 비교할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결과를 미리 예측하느라 시작을 늦출 필요는 없다.
나는 사업에서도 이런 순서를 밟고 있다. 부트캠프를 하면서 참여자들이 겪는 문제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경험이 다음 워크숍과 컨설팅을 해볼 단서가 됐다. 새로운 일을 완전히 이해한 뒤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어떤 실험이든 같은 속도로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파일 사본에서 새 도구를 써보는 것과 고객에게 약속하거나 큰돈을 쓰는 것은 되돌리는 비용이 다르다. 실패해도 회복할 수 있는 범위를 먼저 정하면 움직이기 쉬워진다.
시간과 돈의 한도는 내 자원을 지키는 장치다. 이번에 무엇을 알아볼지, 어디까지 써볼지, 언제 다시 볼지만 간단히 적는다. 양식이 행동보다 커지면 줄이면 된다.
3. 작은 변화가 사라지기 전에 적는다
아침에 명상을 한 번 했다고 하루가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는다. 작은 변화는 그냥 지나가면 기억하기 어렵다. 나는 감정일기나 짧은 기록을 통해 그런 차이를 붙잡으려 한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고 해보자. ‘오늘도 예민했다’로 끝내면 다음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 어떤 말을 들었고, 어떤 생각이 들었으며, 어떻게 반응했는지 나눠 적을 수 있다. 다음번에는 그중 한 부분을 달리 해볼 수 있다.
숫자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수면과 몸의 상태를 기록하는 반지형 기기인 오우라 링을 참고한다. 회복 상태를 종합한 준비도 점수가 낮게 나온 날에는 몸의 느낌도 살피고 고강도 운동을 피한다. 미리 세운 계획을 그날의 몸 상태에 맞춰 고치는 것이다.[1]
기기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날 잠을 어떻게 잤는지, 아침에 어떤 느낌이었는지, 해본 뒤 무엇이 달랐는지 한 줄로 남겨도 된다. 기록하지 않았을 때 놓치던 차이가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4. 일하는 도중에도 바꾼다
회고는 보통 일이 끝난 뒤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변화도 있다. 말을 하다가 상대의 표정이 굳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설명을 더 밀어붙이기 전에 물어볼 수 있다. 작업이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 목표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서 자신의 판단과 상황을 살피는 것을 도널드 쇤은 ‘행위 중 성찰’, 영어로 reflection-in-ac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결과를 본 뒤 평가하는 것에 더해, 진행 중에도 이해와 행동을 고쳐가는 과정이다.[2]
처음 계획한 순서를 끝까지 지켰다는 사실만으로 실험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해보면서 새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다음 행동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조정이 쌓여 큰 시행착오를 줄일 수도 있다.
5. 기대와 결과를 구별한다
해본 뒤에는 기대했던 일과 실제로 관찰한 일을 따로 적는다. 양치를 먼저 하니 아침의 휴대전화 사용이 줄었다면, 다음 며칠에도 그 변화가 이어지는지 본다. 잘 안 된 날이 있다면 전날 수면이나 일어난 시각처럼 달랐던 조건을 함께 적는다.
업무 실험도 같다. AI가 문서를 빨리 만들었다면 내가 자료를 준비하고 수정한 시간도 함께 본다. 클릭 수가 늘었다면 실제로 이루려던 목표도 달라졌는지 본다. 결과가 좋았다는 느낌과 다음에도 같은 방식이 통할 것이라는 판단 사이에는 살펴볼 것이 있다.
그렇다고 작은 시도마다 정밀한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확신의 크기를 근거의 크기에 맞추면 된다. 한 번은 단서이고, 몇 번 더 해보면 반복되는 양상을 볼 수 있다. 조건이 다르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6. 다음 행동을 하나 고른다
결과를 보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지금 방법을 더 써보거나, 한 부분을 바꿔보거나, 멈출 수 있다. 무엇을 더 알아야 할지 드러났다면 그 질문이 다음 실험이 된다.
실패한 방법을 계속 붙잡는 데도 비용이 들지만, 잘 작동하는 방법을 계속 바꾸는 데도 비용이 든다. 내게 중요한 목적은 그대로인데 수단이 맞지 않는지, 목적 자체가 달라졌는지를 구분해본다. 책에서 배운 여러 생각은 이 판단을 돕는 도구로 쓰면 된다.
혼자 해석하기 어렵거나 기운이 없는 날에는 도움을 요청한다. 기록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은 무엇을 보는지 들을 수 있다. 도움을 받는 것도 다음 행동이다.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한 장으로 남기는 실험 기록
빈칸을 모두 채워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첫 세 줄을 적고 해본 뒤 나머지를 남겨도 된다.
| 질문 | 내 기록 |
|---|---|
| 지금 무엇이 궁금하거나 불편한가? | |
| 그래서 무엇을 작게 해볼 것인가? | |
| 시간·돈·영향을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 |
| 실제로 무엇이 일어났는가? 예상 밖의 변화는 무엇인가? | |
| 내 해석 외에 가능한 설명이 있는가? 누구에게 물어볼 수 있는가? | |
| 계속할 것인가, 한 부분을 바꿀 것인가, 멈출 것인가? | |
| 다음에 알아볼 것은 무엇인가? |
경험을 얻고, 해석하고, 알고 있던 것과 연결하고, 다시 해본다. 결과를 다음 행동에 반영하는 간격이 짧아질수록 배운 것을 바로 써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질문도 나타난다.
오늘의 기록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다음 행동에 도움이 되면 된다.
주석과 더 읽기
- [1] 기기의 점수가 뜻하는 것: Oura의 Readiness Score 공식 설명. 수면·활동·몸의 신호를 종합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 [2] 행동하면서 성찰하기: Donald A. Schön, 《The Reflective Practitioner: How Professionals Think in Action》. 전문가가 실제 상황과 주고받으며 판단을 수정하는 과정을 더 읽을 수 있다.
- 실행과 학습을 함께 하기: 김창준,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인사이트). 짧은 피드백과 협력을 실제 학습에 연결하는 방법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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