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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13. 보이지 않는 부

진짜 부는 보이지 않는다. 선택지를 늘리는 자산을 쌓아라.

· By Simpson Gyusup Sim · 8 min read

이 업계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비슷한 사례를 여럿 보게 된다. 하나를 각색해서 쓴다.

몇 년 전, 한 스타트업 대표가 있었다. 그는 외제차를 몰고 다녔고, 청담동 레스토랑에서 사람들에게 밥을 샀다. SNS에는 해외 컨퍼런스 사진, 루프탑 바에서 찍은 야경, 한정판 스니커즈가 올라와 있었다. 누가 봐도 성공한 사람이었다.

6개월 뒤, 그 회사는 문을 닫았다. 나중에 들으니 차는 리스였고, 그 식사는 법인카드였고, 컨퍼런스는 투자금으로 갔다. 성공의 겉모습은 완벽했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성공한 척의 산업

현대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성공한 척 흉내 내도록 도와주는 것을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었다. 명품 브랜드, 프리미엄 카드, 럭셔리 호텔의 데이유즈, SNS 인증샷에 최적화된 공간들. 이 산업의 고객은 부자가 아니다. 부자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다.

진짜 부자는 보이지 않는다. 워런 버핏은 1958년에 산 집에 아직도 산다. 그 집 가격은 3만 1,500달러였다. 자산이 1,000억 달러가 넘는 사람이, 60년 넘게 같은 집에 사는 거다. 버핏을 길에서 마주치면 부자인 줄 모른다.

자산 부자와 소비 부자는 다르다. 소비 부자는 눈에 보인다. 비싼 차, 비싼 옷, 비싼 시계. 자산 부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통장 잔고, 투자 포트폴리오, 현금 흐름 — 이런 건 겉에서 알 수 없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사람들은 흉내 내기를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 아이가 어른의 행동을 따라 하며 자라듯이. 그런데 보이지 않는 부의 속성은, 그걸 따라 하거나 방법을 배우기 어렵게 만든다. 롤모델을 찾을 수가 없다. 소비 부자의 롤모델은 인스타그램에 넘쳐난다. 자산 부자의 롤모델은 어디에 있는가? 보이지 않으니까, 따라 할 수가 없다.


아비투스의 착각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은 유명하다. 많은 사람이 이걸 따라 했다. "잡스처럼 하나의 옷만 입겠다." 마크 저커버그의 회색 티셔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잡스가 매일 같은 옷을 입은 건 패션이 아니었다. 의사결정을 단순화한 거다. 하루에 내릴 수 있는 좋은 결정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뭘 입을지에 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그 에너지를 제품에 쓸 수 있다. 진짜 아비투스는 터틀넥이 아니라, 중요하지 않은 결정을 제거하는 습관이다.

T.S. 엘리엇이 이걸 정확히 짚었다.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

터틀넥을 따라 입는 건 미숙한 모방이다. 의사결정의 단순화를 자기 삶에 가져오는 건 성숙한 훔치기다. 표면을 베끼는 사람은 터틀넥을 사러 간다. 원칙을 훔치는 사람은 자기 삶에서 불필요한 결정을 하나씩 지운다.

부도 마찬가지다. 부자의 겉모습을 따라 하는 건 모방이다. 부자의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건 훔치기다. 비싼 시계를 사는 건 쉽다. 돈을 쓰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건 어렵다.


부자가 된다는 것

부자가 되는 것은 무엇을 사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하고, 누구와 하고, 언제 할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월요일 아침, 알람 없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기 싫은 프로젝트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마음이 맞는 사람과만 일할 수 있는가? 이게 진짜 부다.

이건 결국 옵셔널리티(Optionality)의 문제다. 선택지가 많은 삶. 선택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삶. 옵셔널리티는 돈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적게 쓰는 습관, 다양한 기술, 넓은 네트워크, 건강한 몸 — 이 모든 것이 선택지를 늘린다.

반대로, 선택지를 좁히는 것들이 있다. 과도한 대출, 높은 고정비, 특정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의존. 이것들은 돈을 벌수록 오히려 선택지를 줄인다. 연봉이 올라도 자유롭지 않은 사람이 많은 이유다.


돈을 버는 것과 유지하는 것은 별개다

돈을 벌려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기회를 보면 뛰어들어야 한다. 신중한 사람은 기회를 잡기 어렵다.

그런데 돈을 유지하려면 정반대가 필요하다. 겸손해야 한다. 벌 때만큼 빨리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야 한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세쿼이아 캐피탈의 마이클 모리츠가 이런 말을 했다. "내일이 어제와 다를 거라고 가정한다.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어제의 성공이 내일의 행운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실리콘밸리 최고의 투자 실적을 유지한 사람의 원칙이 이거다. 자만하지 않는 것.

결국, 파산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올인하지 마라. 야구에서 삼진아웃만 피하면 다음 타석이 있다. 돈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대박을 노리다 전부를 잃으면, 다음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앞 장에서 감당 가능한 손실(Affordable Loss)과 안전마진 이야기를 했다. 그 원칙이 여기서 다시 연결된다. 돈을 버는 기술과 돈을 지키는 기술은 완전히 다른 근육이다.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수비를 연습해야 한다.


시간을 어디에 쓰는가

소셜미디어에 대해 할 말이 있다.

소셜미디어는 다른 사람의 소비 부를 구경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다.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누군가의 여행, 누군가의 차, 누군가의 식사가 지나간다. 이걸 보면서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 첫째, 자기도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둘째, 그걸 보는 데 시간을 쓴다.

둘 다 치명적이다. 하나는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고, 다른 하나는 가장 귀중한 자원인 시간을 태운다.

보이지 않는 부를 쌓는 사람은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한다. 읽고, 쓰고, 만들고, 생각한다. 보이는 부를 전시하는 사람은 그 시간에 사진을 찍고, 필터를 고르고, 좋아요를 센다.

어느 쪽이 1년 후, 5년 후, 10년 후에 더 부유할까? 답은 복리가 알려준다.


보이지 않는 것을 쌓는 법

거창할 것 없다.

구경을 줄여라.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을 의식적으로 줄여라. 다른 사람의 소비를 구경하는 시간을 자기 자산을 쌓는 시간으로 바꿔라.

결정을 단순화해라. 에너지를 뺏는 사소한 결정들을 제거해라. 중요한 결정에 집중할 여유를 만들어라. 터틀넥이 아니라, 터틀넥의 원칙을 가져와라.

선택지를 늘려라. 매 의사결정에서 "이게 내 선택지를 늘리는가, 줄이는가?"를 물어라. 고정비를 낮추고, 기술을 넓히고, 관계를 다양화해라.

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해라. 건강, 학습, 관계, 현금 보유.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없는 것들이 진짜 자산이다.


그 스타트업 대표가 문을 닫은 뒤,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1년쯤 지나 우연히 다시 만났다. 외제차는 없었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그때는 돈이 있는 척하느라 돈을 다 썼다."

부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건 소비다. 그리고 소비는 부의 반대편에 있다. 진짜 부유한 삶은, 남에게 보여줄 것이 별로 없는 삶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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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son Gyusup Sim
Updated on 2026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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