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돈과 인생의 안전마진
돈 이야기를 꺼내면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돈을 다루는 법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어쩌면 가장 시급하게.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되는 레버리지가 있다. 코드, 콘텐츠, 자본. 이것들은 잠든 사이에도 일한다. 하지만 레버리지에는 절제가 따라야 한다. 배가 부르면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진짜 부는 보이지 않는다. 과시 대신 선택지를 늘리는 쪽에 돈을 쓰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
이 파트에서는 돈과 인생의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사고방식을 다룬다.
회사를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전 직장 동료가 물었다. "그래서 지금 뭐 하는데?" 나는 대답했다. "나를 위해 일한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해방감이 아니라, 공포에 가까웠다.
회사에 다닐 때는 몰랐다. 회사의 이름값이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는 걸. 회사 이름이 적힌 명함을 내밀면,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런데 그 이름이 사라지니, 나는 그냥 나였다. 이름 없는 개인.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는 것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면, 구조는 단순하다. 그 사람이 리스크를 지고, 브랜드를 갖고, 시스템을 소유한다. 나에게 돌아오는 건 정해진 급여다. 급여는 내가 만든 가치의 일부분이지, 전부가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거래다. 리스크를 진 쪽이 더 많이 가져가는 건 합리적이다.
문제는, 이 구조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착각이 생긴다는 거다. 내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것의 상당 부분이 사실 회사의 인프라, 회사의 브랜드, 회사의 네트워크였다는 걸 모른다. 나가봐야 안다.
레버리지의 관점에서 보면, 고용은 태생적으로 허락이 필요한 구조다. 누군가가 나를 뽑아줘야 하고, 예산을 승인해줘야 하고, 프로젝트를 배정해줘야 한다. 내 산출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도 나 자신이 아니라 조직이다.
허락이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
레버리지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허락이 필요한 레버리지다. 자본과 노동. 투자를 받으려면 누군가가 돈을 줘야 한다. 팀을 만들려면 누군가가 따라와야 한다. 이건 강력하지만, 문지기가 있다. 문지기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허락이 필요 없는 레버리지다. 코드, 미디어, 그리고 이제는 AI. 블로그를 쓰는 데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데 상사의 승인이 필요 없다. 코드를 짜서 제품을 만드는 데 투자 심사를 통과할 필요 없다. 한 번 만들면 내가 자는 동안에도 작동한다. 복제 비용이 거의 0이다.
코딩을 할 수 없다면,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면 된다. 미디어는 가장 접근성이 높은 허락 없는 레버리지다. 그리고 이제 AI가 등장하면서, 코드마저도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것의 범위가 폭발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핵심은 이거다. 이제는 부자 대 빈자의 대립이 아니다. 레버리지가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대립이다.
피드백 루프의 속도
허락 없는 레버리지의 진짜 힘은 속도에 있다.
쉬인(Shein)의 사례가 극단적이다. 쉬인은 소셜미디어에서 알고리즘으로 디자인 수요를 파악한다. LA에서 디자인하고, 광저우에서 생산하고, 물류를 태우고, 마케팅을 건다. 100개를 만들어서 광고를 돌리고, 반응이 오는 것만 밀어붙인다. 피드백 루프가 며칠 단위다.
나이키 같은 전통 기업은 다르다. 시즌 단위로 기획하고, 컬렉션을 준비하고, 매장에 깔고, 반응을 본다. 피드백 루프가 몇 달이다. 이 속도 차이가 결국 승패를 가른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사업 계획서를 쓰고, 투자자를 만나고, 허락을 받아서 시작하는 사람과 — 오늘 밤 블로그를 쓰고, 내일 아침 반응을 보고, 다음 날 방향을 수정하는 사람. 1년 후 누가 더 많이 배웠을까?
급여보다 독립성을 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입 시간이 아니라 산출물로 평가받는 삶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입 시간으로 평가받으면, 8시간을 채우는 게 목표가 된다. 산출물로 평가받으면, 더 적은 시간에 더 큰 가치를 만드는 시스템을 고민하게 된다.
201 시장이라는 고집
나는 이 원칙을 내 사업에도 적용했다. 그리고 대가를 치렀다.
리텐션 주식회사를 운영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여러 번 섰다. 101 시장을 하면 돈은 더 벌 수 있었다. 101과 201은 대학 강의 번호에서 빌린 비유다. 101은 입문 과정, 201은 중급 이상을 뜻한다. 101 시장은 기초 교육이다. "그로스 해킹이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하는 콘텐츠. 시장이 넓고, 수요가 많고, 설명하기 쉽다. 마케팅도 쉽다. 모르는 사람에게 가르쳐주겠다고 하면 된다.
그런데 나는 201 시장을 택했다. 이미 역량 있는 실무자들을 위한 깊이 있는 지식 교환의 장. 진짜 실무 경험에 기반한 깊은 대화. 지적 정직함. 우상화 없는 동료적 연결. 시장은 좁고, 설명하기 어렵고, 마케팅도 어렵다. "이미 잘 하는 사람을 위한 것"을 어떻게 팔겠나.
이런 고집이 있어서 돈을 많이는 못 벌었다. 그래도 행복하긴 하다.
왜 101이 싫은가. 한번은 다른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을 참관한 적이 있다. 강사가 메뉴얼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읽고 있었다. 강의 분량을 맞추기 위해 이미 문서화된 내용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시간. 수강생들은 앉아 있었다. 배우는 건 없었다.
지식의 값이 싸졌다. AI한테 물어보면 메뉴얼 수준의 답은 즉시 나온다. 101 강의가 존재할 수 있었던 건 정보 비대칭 덕분이었다. 강사가 알고 수강생이 모르는 것. 그 격차가 강의의 가치였다. 그런데 AI가 그 격차를 거의 0으로 만들었다. 메뉴얼을 읽어주는 강의는 이제 AI보다 느리고 비싸다.
그래서 나는 flipped learning에 집중한다. 기초 지식은 사전에 각자 습득하고, 만났을 때는 깊은 토론과 실전 경험의 교환에 시간을 쓴다. 201 시장의 핵심이 이거다. 지식 전달이 아니라 지식 교환.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구분이 흐려지는 장. 이 구조에서는 참여자 전원이 경험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시장이 좁다. 하지만 그 좁은 시장에서 일어나는 대화의 밀도는 101에서는 불가능하다.
이건 단순히 고집의 미학이 아니다. 허락 없는 레버리지를 택한 대가이자 보상이다. 101 시장을 하려면 큰 조직, 많은 콘텐츠 생산자, 마케팅 예산이 필요하다. 허락이 필요한 레버리지다. 201 시장은 나 혼자서, 내 경험과 블로그와 소규모 모임으로 운영할 수 있다. 허락이 필요 없다. 대신 규모는 작다.
규모가 작아도, 내 것이다.
시작하는 법
거창할 것 없다.
지금 가진 걸로 만들어라. 블로그를 써라. 뉴스레터를 시작해라. 짧은 영상을 찍어라. 완벽할 필요 없다. 100개를 만들고 반응을 보는 쉬인의 방식을 자기 삶에 적용해라.
투입이 아니라 산출물을 쌓아라. 8시간 일한 게 아니라, 8시간 동안 뭘 만들었는지가 남는다. 글 한 편, 코드 한 줄, 영상 하나 — 이것들은 내가 자는 동안에도 작동하는 자산이다.
허락을 기다리지 마라. 누군가가 기회를 줄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라. 안 되면 다시 만들어라. 피드백 루프를 짧게 가져가면, 실패해도 빨리 배운다.
회사를 나온 뒤, 회사의 이름값 없이 맨몸으로 서 보는 경험은 두려웠다. 하지만 그 두려움의 반대편에 자유가 있었다.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막지도 않았다.
허락 없는 레버리지의 핵심은 거기에 있다. 누군가가 문을 열어줄 필요가 없다. 문이 없는 곳으로 걸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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