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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10. 선생님이라는 강박을 버려라

가르치려 하지 말고 함께 배워라. 201 시장에서의 지식 교환.

· By Simpson Gyusup Sim · 8 min read

어릴 때 공부를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가 시키는 공부를 싫어했다. 노는 걸 좋아했다. 게임, 스포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부모님은 걱정했고, 성적은 그저 그랬다.

대학은 호텔관광경영학과에 갔다. 솔직히 말하면, "호텔"이라는 단어가 멋있어 보여서 간 것도 있다. 대만 Mingchuan 대학교로 교환학생을 1년 갔다. 호텔에서 매니저 알바를 했고, 조주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전공대로 살았다면 지금쯤 호텔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을 거다.

그 길로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우회가 나를 만들었다.


질문이 많은 학생

나는 대화와 질문을 통해 배우는 학생이었다. 교수님이 말씀하시면 받아 적는 게 대학 수업의 기본이었지만, 나는 자꾸 궁금한 게 생겼다. "그건 왜 그런 건가요?" "다르게 볼 수도 있지 않나요?"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다만 강의 중심의 교육 환경에서는 이런 스타일이 늘 환영받지는 못했다. 한국에서도, 대만 교환학생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서양에서 온 방문 교수들의 수업은 달랐다. 토론을 장려하고, 다른 관점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퍼블릭 스피킹 수업에서 특히 그랬다. 영어로 자기 생각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수업이었는데, 나는 이 방식이 잘 맞았다. 그 교수님은 나중에 테스티모니얼 영상까지 촬영해주셨다. "이 학생은 수업을 살린다"는 취지의.

돌이켜보면, 나에게 맞는 학습 방식은 처음부터 명확했다. 일방적으로 듣는 게 아니라, 묻고 따지고 토론하는 것. 교육 시스템마다 강조하는 학습 방식이 다르고, 사람마다 맞는 스타일도 다르다. 나에게는 대화형 학습이 맞았을 뿐이다.


선생님 프레임의 함정

한국에서 교육은 "선생님이 가르치고, 학생이 배운다"는 프레임 위에 서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심지어 직장에서도 이 프레임이 이어진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잘 배운다. 좋은 학원을 가야 성적이 오른다. 좋은 상사를 만나야 성장한다.

이 프레임의 문제는, 학습의 주도권이 항상 타인에게 있다는 거다. 선생님이 없으면 배울 수 없다. 좋은 선생님을 못 만나면 불운이다. 이 믿음을 가진 사람은 학교를 졸업한 후 학습이 멈춘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시기는 학교 밖에 있다. 일을 하면서, 실패하면서, 스스로 찾아보면서 배우는 것. 이 과정에 선생님은 없다. 있는 건 호기심, 필요, 그리고 자기 주도성뿐이다.


2010년의 전환

2010년, 나는 소셜미디어와 소셜커머스 스터디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루폰, 티켓몬스터, 쿠팡 — 소셜커머스가 한국에 상륙하던 시기였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학교에 소셜커머스 수업은 없었다. 그로스 해킹이라는 단어도 아직 없던 시절이었다.

블로그를 읽었다. 해외 아티클을 번역했다.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토론했다. 직접 써보고, 실험하고, 결과를 기록했다. 이 과정이 나를 테크 업계로 이끌었고, 호텔경영 전공자가 그루폰, 익스피디아, 스카이스캐너에서 그로스 해커로 일하게 된 기반이 됐다.

선생님은 없었다. 커리큘럼도 없었다. 있었던 건 "이게 재밌다"라는 감각과 "이걸 알아야 한다"라는 직감뿐이었다.


플립드 러닝과 메타 러닝

교육학에는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전통적인 수업에서는 교실에서 강의를 듣고 집에서 숙제를 한다. 플립드 러닝은 이걸 뒤집는다. 집에서 강의를 미리 보고, 교실에서는 토론과 실습을 한다.

핵심은, 지식 습득은 혼자 해도 되고, 교실이라는 비싼 시간은 적용과 토론에 쓰라는 거다. 선생님의 역할이 "가르치는 사람"에서 "촉진하는 사람"으로 바뀐다.

메타 러닝(Meta Learning)은 한 단계 더 나간다. "무엇을 배울까"보다 "어떻게 배울까"를 먼저 설계하는 것이다.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학습 방법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ROI가 높은 학습법을 찾는 것. 그게 메타 러닝이다.

스콧 영은 《울트라러닝》에서 MIT 4년 과정을 1년 만에 독학으로 끝낸 이야기를 했다. 그가 똑똒해서가 아니다. 학습 방법 자체를 최적화했기 때문이다. 어떤 순서로 배울지, 어떤 자료를 쓸지, 어떻게 테스트할지를 치밀하게 설계한 것이다.

주도적인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교육시키기 위해 여러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다. 선생님이 없어도 배울 수 있다. 오히려 선생님 없이 배우는 법을 아는 것이 가장 강력한 기술이다.


AI라는 최고의 학습 파트너

그리고 지금은 AI가 있다.

AI에게 물어봐라. 모르는 걸 설명해달라고 하고, 이해가 안 되면 다른 방식으로 다시 설명해달라고 하고,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해라. 24시간 가능하고, 질문이 멍청해도 판단하지 않고, 내 수준에 맞춰 설명한다.

선생님이라는 강박을 버리면, 세상 전체가 교실이 된다. 유튜브가 교실이 되고, 블로그가 교실이 되고, 팟캐스트가 교실이 되고, AI가 교실이 된다. 선생님을 기다리는 사람과, 스스로 배우는 사람의 격차는 AI 시대에 가속적으로 벌어진다.

"좋은 선생님을 못 만나서 배우지 못했다"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배우지 않은 건 선생님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가 없어서다.


노는 법이 자산이 되기까지

호텔관광경영학과에서 배운 전공 지식 중 지금 직접 쓰는 건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시절에 익힌 것 중 지금까지 쓰는 게 두 가지 있다. 호스피탈리티 — 사람을 대하는 법. 그리고 노는 법.

농담이 아니다. 호텔에서 알바하면서 배운 건 서비스 매뉴얼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과 편하게 어울리는 법이었다. 대만 교환학생 시절에 배운 건 중국어가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법이었다. 조주기능사를 따면서 배운 건 칵테일 레시피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독학하는 과정이었다.

전공과 직업이 일직선으로 연결될 필요는 없다. 돌아가는 길에서 주운 것들이 나중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쓰인다. 스티브 잡스의 캘리그래피 수업 이야기가 식상하지만 사실이듯, 나의 호텔경영 전공도 그로스 해킹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사람을 이해하고, 서비스를 설계하고, 낯선 환경에서 빠르게 학습하는 근육을 만들어줬다.


어릴 때 공부를 싫어했던 그 아이는, 배움 자체를 싫어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가 정해준 방식으로 배우는 걸 싫어한 거였다. 질문이 많던 그 학생은, 자기만의 학습 방식을 찾고 있었던 거다.

선생님이라는 강박을 버려라. 당신의 최고의 선생님은 당신 자신이다. 방법은 널려 있다. 필요한 건 좋은 선생님이 아니라, 배우겠다는 결심과 스스로 찾아 나서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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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son Gyusup Sim
Updated on 2026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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