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나를 운영하는 시스템
좋은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실행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실행은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에서 나온다.
철학은 하나만 고를 필요 없다. 뷔페처럼 골라 담으면 된다. 성과에도 공식이 있다. 재능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좋은 멘토는 반드시 사람일 필요도 없다. 그리고 누군가 가르쳐주길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
결국 중요한 건, 나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스스로 설계하는 일이다. 남의 루틴을 복사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 파트에서는 생각을 실행으로 바꾸는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나는 습관이 약한 사람이다. 이걸 인정하는 데 오래 걸렸다.
새로운 걸 시작하는 건 잘한다. 탐색도 잘한다. 실험도 잘한다. 뭔가를 배우기 시작하면 초반의 가속도가 빠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매일 반복하는 것, 꾸준히 이어가는 것, 지루한 구간을 버티는 것. 여기서 무너진다. 운동도, 글쓰기도, 루틴도 — 시작은 화려하고 지속은 초라하다.
이게 나의 약점이라는 걸 정확히 알게 된 건 AC2 코칭 프로그램에서였다.
곱셈의 무서움
AC2에서 김창준님은 퍼포먼스 공식이라는 걸 가르쳤다.
Performance = Energy × Social Capital × Valid Tacit Knowledge × Valid Explicit Knowledge × Practice × Habit × Tools × Meta-cognition
여덟 개의 요소. 이걸 처음 봤을 때는 "요소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핵심은 요소의 수가 아니라 연산자에 있었다.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다.
곱셈이라는 건, 하나가 0이면 전체가 0이 된다는 뜻이다. 지식이 아무리 풍부해도 습관이 0이면 퍼포먼스는 0이다. 도구를 아무리 잘 써도 에너지가 바닥이면 결과는 0이다. 반대로, 약한 요소 하나를 0.1에서 0.5로만 올려도 전체 퍼포먼스가 5배가 된다.
이 공식을 보는 순간 내 문제가 선명해졌다. 나는 다른 요소는 중간 이상이었다. 지식, 도구, 사회적 자본, 메타인지 — 이런 것들은 괜찮았다. 하지만 Habit이 바닥이었다. 0.1짜리 습관이 나머지 전부를 깎아먹고 있었다.
각 요소를 뜯어보면
공식을 하나씩 풀어보자.
Energy. 인지적, 감정적, 물리적 에너지. 잠을 못 자면 인지 에너지가 떨어진다. 감정적으로 소진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몸이 아프면 당연히 안 된다. 에너지는 모든 것의 기반이다. 마이너스가 되면 나머지가 의미 없다.
Social Capital. 모를 때 찾아갈 수 있는 사람. 막혔을 때 물어볼 수 있는 네트워크. 이건 단순한 인맥이 아니다. "이 분야에서 막히면 이 사람에게 물어봐야지"라고 떠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사람들이다.
Valid Tacit Knowledge. 암묵지.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몸이 아는 것. "잘 하는 법"을 아는 것. 수백 번 그로스 실험을 돌려본 사람이 가설을 세울 때 느끼는 감. 이건 책으로 배울 수 없다. 경험에서만 온다.
Valid Explicit Knowledge. 명시지. 설명할 수 있는 지식. "하는 법"을 아는 것. 프레임워크, 방법론, 원칙 같은 것들이다.
Practice. 연습.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과정이다.
Habit. 자주, 반복적으로 하는 것. 연습을 일회성이 아니라 일상으로 만드는 힘이다.
Tools. 도구화해서 비용을 떨어뜨리는 것. 물리적 도구뿐 아니라 인지적 도구도 포함된다. 체크리스트, 템플릿, 루틴 — 이런 것들이 실행 비용을 낮춘다.
Meta-cognition. "아니다 싶은 걸 알아채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기 자신의 사고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능력이다.
이 여덟 개가 곱해진다. K(지식)와 P(실행) 사이에는 encoding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는 것을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환하는 과정. 이 변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지식은 그냥 정보로 남는다.
설계가 붙어야 한다
퍼포먼스 공식에서 가장 중요한 통찰은 이거다: 결국엔 "설계(Design)"가 붙어야 한다.
각 요소에는 대응하는 설계가 있다. 탐색 설계(exploration design), 실험 설계(experiment design), 학습 설계(learning design), 연습 설계(practice design), 습관 설계(habit design), 메타인지 설계(meta-cognition design), 사회적 자본 설계(social capital design), 동기 설계(motivation design), 도구 설계(tools design).
"더 열심히 하겠다"는 설계가 아니다. "매일 아침 7시에 15분간 이 한 가지만 한다"가 설계다.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이론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몰입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도전의 수준과 실력의 수준이 적절히 맞아야 하고, 목표가 명확하고, 피드백이 즉각적이어야 한다. 이것 역시 설계의 영역이다. 몰입이 일어나는 환경을 설계할 수 있다.
결국 설계란, 각 요소를 의식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약한 고리를 찾아라
탐색(Exploration)에서 시작해서, 실험(Experiment)을 거치고, 연습(Practice)을 하고, 학습(Learning)으로 체화한다. 이 사이클이 돌아야 퍼포먼스가 올라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요소에 더 투자한다. 지식이 강한 사람은 더 많이 읽고, 도구에 강한 사람은 더 좋은 도구를 찾고, 사회적 자본이 강한 사람은 더 많은 사람을 만난다. 잘하는 걸 더 잘하는 건 기분이 좋다. 하지만 곱셈 공식에서는 강한 요소를 10에서 11로 올리는 것보다, 약한 요소를 0.1에서 0.5로 올리는 게 전체 결과에 훨씬 크다.
나의 약한 고리는 Habit이다. 이걸 알고 나서, 나는 Social Capital에게 습관에 대한 질문을 했다.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약한 요소를 다른 강한 요소와 엮어서 올리는 전략이다. 습관이 약하면 도구로 보완한다. 알람을 설정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환경을 바꾼다. 습관이 약하면 사회적 자본으로 보완한다.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지속하기가 쉬워진다.
스티븐 코비의 시간관리 매트릭스에서 2사분면 —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 에 해당하는 것이 대부분 이런 것들이다. 운동, 독서, 관계 관리, 시스템 구축. 긴급하지 않으니까 계속 미뤄진다. 하지만 이게 쌓여야 퍼포먼스의 기반이 된다.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지속된다. 의지력에 기대면 반드시 무너진다. 의지력은 유한한 자원이다. 습관은 의지력을 소모하지 않는 자동화된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습관의 공학이다.
습관을 설계하는 법
나는 아직 습관 설계를 잘 하지 못한다. 하지만 알고 나서 달라진 것들이 있다.
0을 없애라. 곱셈 공식에서 0짜리 요소가 있으면 나머지가 다 무의미하다. 완벽하게 만들 필요 없다. 0에서 0.1로만 올려도 결과가 달라진다. 매일 한 시간 운동이 아니라, 매일 5분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것. 0과 0.1은 무한대의 차이다.
약한 요소를 먼저 찾아라. 자기가 뭘 잘하는지는 대부분 안다. 뭘 못하는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 퍼포먼스 공식의 여덟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자기 점수를 매겨봐라.
요소끼리 엮어라. Practice를 잘 하고 싶으면 다른 요소와 묶어서 생각하라. 혼자 연습하지 말고 사람과 함께(Social Capital). 도구를 활용해서 비용을 낮추고(Tools). 잘 안 되는 지점을 알아채고(Meta-cognition). 요소들은 독립적이지 않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
15분 회고를 하라. 매일 15분, 퍼포먼스 공식의 각 요소를 기준으로 오늘을 돌아봐라. 거창할 필요 없다. "오늘 에너지는 어땠나. 누군가에게 물어봤나. 뭘 새로 시도했나." 이 정도면 된다.
나는 여전히 습관이 약한 사람이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이제는 그게 내 약한 고리라는 걸 안다. 그리고 곱셈 공식에서 약한 고리를 아는 것은, 강한 고리를 모르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다.
0.1을 0.5로 올리는 일. 화려하지 않다. 눈에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곱셈의 세계에서는, 그 작은 변화가 전체를 뒤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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