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서클 프로파일이라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상사와 동료, 함께 일하는 팀원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모아 자기평가와 비교하는 도구다. 여러 방향에서 의견을 듣는다고 해서 ‘360도 피드백’이라고 부른다.[1]
결과는 원형 차트로 나왔다. 나는 다른 항목보다 두 단어를 먼저 봤다. ‘비판적’과 ‘오만’이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나는 기준이 높은 거지, 비판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옳은 방향을 아는 거지, 오만한 게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나를 날카롭고, 자기 방식이 아니면 잘 인정하지 않는 사람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내 의도와 다른 사람이 경험하는 나 사이에 간격이 있었다. 나를 설명하는 내 말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간격이었다.
확신은 편하다
복잡한 상황에서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안도감을 준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불편함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나도 명쾌하게 설명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그런데 내가 확신했던 순간을 돌아보면 자신감의 크기와 근거의 크기가 같지 않았다. 익숙한 방식이어서 확신했고, 잘됐던 경험이 떠올라 확신했다. 상대가 가진 정보를 충분히 듣지 않은 채 내가 옳다고 느낀 때도 있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근거를 묻는다. 내 말에는 같은 질문을 덜 한다. 이미 머릿속에서 여러 번 생각했으니 충분히 검토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어려운 질문은 이것이다. 어떤 사실이 드러나면 내 생각을 바꿀 것인가. 바꿀 조건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믿음을 현실에서 확인할 방법도 닫아놓은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좋은 생각도 한 묶음으로 받아들인다
스카이스캐너에서 일할 때 나는 캐럴 드웩의 성장 마인드셋을 거의 신봉했다. 능력을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학습과 도전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특히 똑똑함보다 노력을 칭찬하라는 메시지가 좋았다.[2]
나는 그 생각을 실무의 언어로 바꿔 받아들였다. 결과보다 입력을 칭찬하고 보상하라. 운이 섞인 숫자만 보지 말고, 시도와 학습, 협업처럼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보자는 뜻이었다.
그 원칙은 지금도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정에 주목한다는 말을 과정의 양을 보상하라는 뜻으로 쓰면 문제가 생긴다. 오래 일한 시간, 실험한 횟수, 회의와 보고서의 양도 모두 입력이다. 방향이 틀렸는데 오래 버틴 것까지 칭찬하면 중요한 질문을 놓친다. 그래서 무엇이 나아졌는가.
내가 지금 더 보고 싶은 것은 과정의 질이다. 중요한 문제를 골랐는가. 무엇을 확인하려고 시도했는가. 결과를 보고 방법을 고쳤는가. 다음 판단에 쓸 배움을 남겼는가.
좋은 과정에서도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실패했다고 모두 잘못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결과가 좋았다고 모든 행동을 본받을 필요도 없다. 운 좋게 맞아떨어진 부분을 실력으로 착각하면 다음번에 같은 방법을 고집하게 된다.
칭찬은 통제할 수 있는 좋은 과정에 둔다. 피드백은 그 과정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에 둔다. 책임은 결과와 학습을 함께 보는 데 둔다. 하나만 고르면 편하지만, 그로스 실험을 하다 보면 둘의 연결을 계속 살펴야 한다.
의심 한 꼬집
영어에 take it with a grain of salt라는 표현이 있다. 곧이곧대로 믿지 말고 조금 유보해서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나는 의심 한 꼬집을 곁들이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무언가에서 배웠다고 그 사람이나 이론 전체를 승인할 필요는 없다. 존경하는 사람에게도 내 상황에 맞지 않는 조언이 있을 수 있고, 동의하기 어려운 사람에게서도 유용한 관점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얻은 통찰과 함께 받아들인 전제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
업계의 통념이나 선배에게 배운 방법도 그렇다. 처음 도움이 됐기 때문에 한 묶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엇을 직접 확인했고 무엇을 따라 믿고 있는지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가장 기본적인 사실부터 다시 살피는 제1원칙 사고가 내게 도움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래 그렇다는 설명을 잠시 걷어내고, 실제로 어떤 제약과 비용이 있는지 묻는다. 바꿀 수 없는 조건이라고 믿었던 것이 실은 오래된 관행일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생각일수록 이 과정이 불편하다. 여기까지 오는 데 도움을 받은 방법을 다시 의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유용한 부분을 계속 쓰려면 어디까지 유용한지 알아야 한다.
내 확신이 바뀔 조건
리더십 진단에서 ‘비판적’과 ‘오만’이라는 결과를 받았을 때도 나는 내 의도를 설명하고 싶었다. 높은 기준을 지키려 했다는 말은 내 입장에서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설명으로 상대가 느낀 날카로움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맞는 사람이 되기보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자.’ 내가 붙잡고 있는 모토 중 하나다. 그러려면 내 전략은 옳고 전달 방식만 문제였다고 생각하는 데서도 벗어나야 한다. 반대 의견에는 내가 몰랐던 정보가 있을 수 있다. 그 정보 때문에 판단이 바뀔 여지를 남겨야 한다.
성장 마인드셋을 일에 적용할 때도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노력을 칭찬했는데 중요한 문제는 계속 풀리지 않는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 시도는 많아졌지만 결과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계속 같은 보상을 할 것인가. 좋아하는 원칙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원칙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만들어내는지 봐야 한다.
확신을 바꿀 조건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잘 안 되면 바꾸겠다’고만 생각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아직 충분히 해보지 않았다고 설명할 수 있다.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느 정도 해본 뒤 무엇을 확인할지 정해야 판단을 미루고 있는지도 보인다.
한 번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모든 생각을 버릴 필요는 없다. 문제를 잘못 골랐을 수도 있고, 방법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직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각각의 가능성을 나누어 살펴야 다음 시도가 달라진다.
불확실해도 지금의 판단으로 움직일 수 있다. 다만 행동한 뒤에도 내 설명을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의심 한 꼬집은 결정을 피하기 위한 핑계가 아니라, 다음 결과에서 배울 자리를 남기는 태도다.
최근 강하게 주장했던 일을 떠올려보자.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은 무엇이고 추정한 것은 무엇인가. 상대는 어떤 정보나 제약을 보고 있었을까. 다시 대화한다면 어떤 질문을 먼저 하고 싶은가.
진단 결과를 처음 봤을 때는 내 모습을 부정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 차트가 내 확신만으로 보이지 않던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설명하는 방식과 타인이 나를 경험하는 방식 사이의 차이였다.
확언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특히 그 사람이 나일 때. 자신 있게 행동하면서도 내 설명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주석과 더 읽기
- Leadership Circle Profile. 자기평가와 주변 사람의 평가를 함께 살피는 리더십 진단이다.
- Carol S. Dweck, 《Mindset》. 칭찬에 관한 연구로는 Mueller·Dweck의 「Praise for intelligence can undermine children's motivation and performance」(1998)를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