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 AI가 코드를 짜줘도, 문제 해결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 "왜 안 되지?"를 5번 파고드는 디버깅 사고방식이 핵심
- AI는 **확장(augment)**이지, **대체(replace)**가 아니다
그로스마케팅 PM이 AI로 "나만의 두뇌"를 만들며 깨달은 것
유튜브 영상 100개를 봤는데, 기억나는 건 3개뿐.
나머지 97개의 인사이트는 어디로 갔을까요? 아마 "나중에 쓸 일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뇌 어딘가에서 휘발되었을 겁니다.
저는 Growth PM입니다. 매일 새로운 인사이트를 수집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꺼내 쓰지 못하는 게 항상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AI한테 유튜브 영상 던지면, 알아서 정리해두고, 나중에 내가 물어보면 답해주는 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6번 삽질하고, 1개의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글의 핵심 메시지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시대에도, 문제 해결 사고방식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리텐션에서 "AI augmented growth"를 이야기할 때, 많은 분들이 "AI가 다 해주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AI는 **확장(augment)**이지, **대체(replace)**가 아닙니다.
AI가 코드를 짜줘도, "왜 안 되지?"를 해결하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해결 과정에서 빛을 발하는 건 개발 실력이 아니라, 문제 해결 사고방식이었습니다.
뭘 만들려고 했나
문제: 유튜브 배움의 휘발성
유튜브에서 좋은 영상을 봅니다. "오 이거 좋다!"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기억나는 건 "뭔가 좋았던 거 같은데..."뿐입니다.
노트 앱에 정리하면 되지 않냐고요? 그건 또 다른 일이 됩니다. 영상 보고, 정리하고, 태그 달고... 결국 안 하게 됩니다.
해결책: Personal Insight Agent
그래서 만들려고 한 게 "Personal Insight Agent"입니다.
작동 방식:
- 유튜브 링크를 던진다
- AI가 알아서 내용을 분석하고 핵심 인사이트를 추출한다
- 나중에 "OO에 대해 알려줘"라고 물으면, 내가 봤던 영상들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 답해준다
한마디로, **내가 본 모든 콘텐츠가 검색 가능한 "두 번째 뇌"**가 되는 겁니다.
기술 스택 (쉽게 설명)
- Firebase: 구글의 앱 개발 플랫폼. 서버 없이도 앱을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 Gemini: 구글의 AI. ChatGPT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Vector Search: "의미가 비슷한 것"을 찾아주는 검색 방식. "사과"를 검색하면 "과일", "빨간색"도 관련 있다고 찾아주는 식입니다.
코드는 제가 짠 게 아닙니다. Claude Code(클로드코드)라는 AI 코딩 도구가 짰습니다. 저는 "이런 거 만들어줘"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6번의 삽질기
AI가 코드를 짜줬으니 술술 됐을까요? 아닙니다. 6번 삽질했습니다.
삽질 1: "구글이니까 되겠지" 증후군
구글이 만든 "Vertex AI RAG"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RAG는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의 약자인데, 쉽게 말하면 **"저장해둔 정보를 AI가 찾아서 답변하게 해주는 기술"**입니다.
"구글이 만들었고, 구글 클라우드에서 돌리니까 당연히 되겠지?"
안 됐습니다.
RAG Engine in us-central1 and us-east4 is restricted to only allowlisted projects
번역하면: "이 서비스는 허가된 프로젝트에서만 쓸 수 있어요."
구글이 만든 서비스가 구글 클라우드에서 안 돌아가는 상황. 황당했지만, 현실이었습니다.
교훈: 새로운 서비스는 "Preview" 또는 "Beta"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구글이니까 되겠지"는 가정이지, 사실이 아닙니다.
삽질 2: 내 컴퓨터에서는 되는데요?
유튜브 자막을 가져오는 코드를 짰습니다. 제 컴퓨터에서 테스트했더니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됐다!"
클라우드에 올렸더니 안 됩니다.
이유를 찾아보니, 유튜브가 클라우드 서버들의 IP를 차단해두고 있었습니다. 내 컴퓨터 IP는 괜찮은데, 구글 클라우드 IP는 "수상한 봇"으로 판단해서 막아버린 겁니다.
교훈: 내 컴퓨터에서 성공 ≠ 실제 서버에서 성공. 진짜 환경에서 테스트해야 합니다.
삽질 3: API 키 하나면 다 되는 줄
API 키는 쉽게 말해 "이 서비스 써도 되는 사람"이라는 인증서입니다.
Gemini API 키가 있으니까, "구글 서비스니까 이 키로 YouTube 데이터도 가져올 수 있겠지?" 했습니다.
안 됐습니다.
Gemini 키는 Gemini만 쓸 수 있습니다. YouTube API는 별도로 활성화하고, 별도 키를 받아야 합니다.
교훈: "아마 되겠지"는 위험합니다. 확인하세요.
삽질 4: "-exp" 모델의 배신
AI 모델 중에 "실험용(experimental)" 버전이 있습니다. 이름에 "-exp"가 붙어 있죠. 최신 기능이 들어있어서 사용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안 됩니다.
찾아보니 "2024년 12월 20일부로 서비스 종료"였습니다.
교훈: 실험용 = 언제든 사라질 수 있음. 프로덕션에는 안정 버전을 쓰세요.
삽질 5: 마이그레이션이 뭐죠?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의미 기반 검색"을 위해 각 인사이트에 "embedding"이라는 필드를 추가했습니다.
embedding은 쉽게 말해 **"이 텍스트의 의미를 숫자로 표현한 것"**입니다. "사과"와 "과일"은 비슷한 숫자가 나오고, "사과"와 "자동차"는 다른 숫자가 나옵니다.
새로 저장하는 데이터에는 embedding이 잘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검색하니까 결과가 2개밖에 안 나옵니다.
알고 보니, 기존에 저장해둔 12개 데이터에는 embedding이 없었습니다. 새 필드를 추가했으면, 기존 데이터도 업데이트해줘야 하는 거였습니다.
교훈: 구조를 바꾸면, 기존 데이터도 신경 써야 합니다.
삽질 6: 같은 영상이 왜 3번 들어가요?
같은 유튜브 영상을 여러 번 저장했더니, 데이터베이스에 똑같은 게 3개 들어갔습니다.
"이미 있으면 저장하지 마"라는 로직이 없었던 겁니다.
교훈: 저장하기 전에 "이미 있나?" 확인하는 로직은 필수입니다.
삽질에서 건진 멘탈 모델
6번 삽질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코딩을 못 해도, 문제 해결 사고방식이 있으면 결국 해결됩니다. AI가 코드를 짜주는 시대에, 진짜 중요한 건 이 사고방식들이었습니다.
1. "안 되면 어쩌지?"를 먼저 생각하기
개발자들이 쓰는 용어로 TDD(Test-Driven Development)라는 게 있습니다. **"코드 짜기 전에 테스트부터 만들어라"**라는 방식인데, 비개발자 버전으로 번역하면:
"잘 되는 시나리오보다, 안 되는 시나리오를 먼저 생각하라"
"유튜브 자막 가져오기"를 구현할 때, 저는 "자막이 잘 가져와지겠지"만 생각했습니다. "자막이 없으면?", "자막이 막히면?", "자막이 영어밖에 없으면?"은 생각 안 했습니다.
결국 그 "안 되는 경우들" 때문에 삽질했습니다.
그로스에 적용하면: A/B 테스트 설계할 때, "이게 이기면 어쩌지?"보다 **"이게 지면 뭘 배울 수 있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2. "왜?"를 5번 물어보기
에러가 났을 때, 에러 메시지는 진짜 원인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Video not found"라는 에러가 났습니다. 영상이 없다고? 영상 있는데?
진짜 원인은: YouTube API를 활성화 안 해서 → API 호출 자체가 안 돼서 → "영상 못 찾음"으로 처리된 것.
5번 "왜?"를 물어봐야 진짜 원인이 나옵니다.
그로스에 적용하면: "전환율이 떨어졌어요"만 보지 말고, "왜?"를 5번 파고드는 것과 같습니다. 표면적 지표 뒤에 진짜 원인이 있습니다.
3. 작게 실패하고, 빠르게 배우기
처음에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고려한 후에 시작하려고요.
그러다 보니 시작을 못 했습니다.
결국 **"일단 가장 간단한 버전"**으로 시작했습니다. 자막이 있는 영상 하나만 처리하는 버전. 거기서 문제가 터지면 그때 고치고, 다음 단계로.
그로스에 적용하면: MVP(최소 기능 제품) 먼저, 완벽한 기능은 나중에. 완벽하게 만들다가 출시 못 하는 것보다, 부족해도 출시하고 개선하는 게 낫습니다.
결국 만들어낸 것
삽질 끝에, 원래 원하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5단계 Fallback 시스템
유튜브 콘텐츠를 가져오는 방법을 5가지나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가 안 되면 두 번째, 그것도 안 되면 세 번째... 이런 식으로.
하나의 방법에만 의존하면 언젠가 막힙니다. Plan B, C, D를 준비해두는 게 핵심입니다.
의미 기반 검색
"2024년 AI 트렌드"를 검색하면, 정확히 그 단어가 들어간 것만 찾는 게 아니라, 의미가 비슷한 것도 찾아줍니다.
"작년 인공지능 동향"이라고 저장해뒀어도, "2024년 AI 트렌드" 검색에 나옵니다.
CLAUDE.md로 AI 길들이기
AI 코딩 도구도 "지침서"를 주면 더 잘 일합니다.
"나는 개발자가 아니야", "비즈니스 임팩트를 먼저 설명해줘", "에러 나면 왜 났는지 쉽게 설명해줘" 같은 걸 적어뒀더니, AI가 훨씬 제 상황에 맞게 답변해줬습니다.
재밌는 건, 이 지침서도 AI한테 "평가해줘"라고 하면서 개선했다는 겁니다. AI한테 "내 지침서 뭐가 부족해?"라고 물어보면 빠진 거 알려줍니다.
마치며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AI가 코드를 짜줬지만, 문제 해결은 제가 했습니다.
- "왜 안 되지?" → 제가 파고들었습니다
- "대안이 뭐가 있지?" → 제가 찾았습니다
- "이번엔 이렇게 해볼까?" → 제가 결정했습니다
AI는 실행을 빠르게 해줬을 뿐, 방향을 잡은 건 저였습니다.
이게 "AI augmented growth"의 핵심입니다.
AI가 마케터를 대체하는 게 아닙니다. AI가 마케터의 실행 속도를 높여주는 겁니다. 가설을 더 빨리 테스트하고, 더 많이 실험하고, 더 빨리 배울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무엇을 테스트할지", "왜 이게 중요한지", "이 결과가 뭘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AI 코딩 시작하려는 분들께 드리는 세 가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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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할 각오를 하세요. AI가 코드를 짜줘도, 문제는 생깁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짜 배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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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 사고방식을 챙기세요. "안 되면 어쩌지?", "왜?를 5번", "작게 실패하고 빠르게 배우기".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절반은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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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확장이지, 대체가 아닙니다. AI가 다 해줄 것 같지만, 결국 방향을 잡고 판단하는 건 당신입니다. 그리고 그게 당신의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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