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에 퍼실리테이터로 따라갈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career break 였던 시기라 P 님과 함께 오랜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프랑크푸르트 1주일, 밀라노 1주일 출장이였는데 14 일 중 10일 정도 한 번도 해가 뜨지 않았고 5시면 무척 어두컴컴해지는 우울한 날씨였다. 특히 프랑크푸르에서는 7일 중 딱 두 번 2~30분 정도밖에 해가 뜨지 않았다.
독일 음식이 맛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베를린 사는 지인들이 "그건 다 옛말이다. 요즘 다른 유럽에서 건너온 쉐프들이 많아서 독일의 다이닝이 수준급이다" 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근데 그건 베를린 이야기이고 프랑크푸르트에선 딱히 적용되진 않는듯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큰 거실이 있는 트윈룸에서 같이 생활했는데, 혼자 더블룸보다 트윈이 더 좋은 거 같다. 출장 일정 끝나고 일정에 대한 회고 + 작전 회의 뿐 아니라 술 한잔 하면서 얘기하기도 좋다.
룸 클리닝 서비스 하시다가 중요한 부품을 버렸길래 프론트에 리포트하니 바로 그 날 다시 찾아놓았다. 이미 버렸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호텔에서 룸서비스에서 나온 쓰레기에 대한 SOP (Standard Operating Procedure) 가 있나보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안개가 자주 끼었는데, 안개가 끼면 야경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로 보이는 날은 운이 좋은 날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선 티켓 머신은 있지만 개찰구가 없다. 일주일 내내 대중 교통을 탔는데, 검표원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시민의식을 반증하는듯
독일에도 치폴레가 있더라. 미국 대비 양이 절반, 맛있음도 절반이다. 비추. 쇼핑몰 푸트코트 레벨에 있었는데, 독일 쇼핑몰에서는 화장실이 50cents 이고 음식을 돈 내고 먹어도 화장실 입장은 여전히 유료다. 유럽은 여전히 소량의 캐시 (동전 & 소액권) 는 필요하더라
다운타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세지맨. 어깨에 소세지 그릴을 메고 다니면서 길에서 소세지를 팔고 있다. 독일 소세지 기대 많이 했는데, 한국에서도 충분히 맛있는 소세지를 먹을 수 있는듯. 한국에서 먹었던 가장 맛있는 독일 소세지만한 퀄리티를 독일에서 못 먹어봐서 아쉽.
출장을 같이 간 사람들끼리 사무실 주변의 크로아티아 식당을 갔는데, 식당 주인이 영어를 못하심. 식사를 이것저것 시켰는데, 4인분짜리 고기 플래터 같은 걸 시키려고 하니까 사장님이 무척 곤란한 표정을 지으심. 그래도 무대뽀로 시켰는데, 4인이 저녁에 술 안주로 시키면 배부를 수준의 양이 나와버림...ㅋㅋ옆 테이블에 계시던 건설 노동자 분들도 우리 음식 보고 완전 놀라서 웃으시고 ㅋㅋㅋ
밀란으로 넘어가기 전에 주말에 반나절 시간이 남아서 마크트할레 주말 시장을 방문. 과일, 고기, 식료품 등도 팔고 간이 테이블이 있어서 간단하게 술을 마실 수 있었다.
동료의 법카로 치즈+살라미 플래터 구매를 하고 있었는데, 동료는 내 주변에서 쉬고 있었음. 어떤 현지인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독일어로 뭐라고 하길래 경계를 하고 있었는데, 동료에게 돌아가보니 카드가 3번 결제 됐다고...다시 가게로 돌아가서 항의하니까 아까 내 어깨에 손 올린 놈이 3번 결제하라고 했다고 그걸 걍 세 번 결제했단다...ㅋㅋ두번어치인 40유로를 현금으로 돌려 받은 해프닝이.
플래터와 리슬링 한 병 뚝딱하고 다운타운 산책 후 비행기 타고 밀란으로 슝~
토요일에 밀란으로 넘어와 나머지 출장 일정 시작까지 일요일 하루가 텅 비어있었기 때문에 루가노&벨라지오 여행을 마리트로 예약했다
스위스 루가노는 동네가 정말 너무나 깨끗하고 루가노 호수는 평온 그자체였다. 햇빛이 너무 좋았던 날인데, 동네 주민들이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러닝을 즐기는걸 보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유럽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첫 경험
루가노에서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다시 이태리의 벨라지오&코모 호수를 배타고 둘러보았다. 2~3층 짜리 빌라가 많았는데, 개 중 몇 개는 배로만 들어갈 수 있다고. 돈 많이 벌면 빌라 빌려서 길드하우스 하자고 P 와 약속을...ㅋㅋㅋ
요트 타고 호수 감상 후 벨라지오에 잠시 정박해서 들린 레스토랑에서 맛 본 존맛 파스타. 돈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맛이었음. 페어링한 와인들도 너무 맛있었다. 평소 이태리 와인을 그닥 안 좋아했는데, 이태리 음식들과 너무 잘 어울렸고, 계속 마시다보니 내가 평소에 마시던 산지와 다른 맛일뿐이라는 걸 느끼게 됨
밀라노 대성당 옆에 위치한 스타먹스 밀란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을 갈 기회가 있었다. 예전에 스타벅스가 이태리에 진출했다가 짐싸고 집에 갔다가 절치부심하고 다시 진출했다고 들었는데, 밀라노 멋쟁이들도 반하는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로컬들도 사진&영상 찍느라 바빴던. 커피맛은 글쎄?ㅋㅋㅋ
운 좋게 다운타운의 위워크도 방문했는데 커뮤니티 스페이스에서 뛰놀던 강아지가 기억에 남는다. 5시쯤 캔틴에 음식과 와인이 쭉 깔려서 음식을 쳐다보니 주변에 있던 사람이 "우리 회사 사람이야?" 라고 물어본다. 아니라고 하니 "오늘은 회사 파티가 있어서 울 회사 사람들을 위한 술과 음식" 이란다. 구글링 해 보니 프랑스에서 시작한 핀테크 스타트업이었고 오피스를 보니 본사에서 All Hands meeting 을 라이브로 중계하고 있더라. 미팅 끝나고 동료들끼리 음식과 와인을 마시며 웃고 떠드는 걸 보니 다시 해외에서 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